[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급변하는 과학기술사회와 교회의 대응에 대해 한국교회가 고민하고 있다. 6일 낮 공교롭게도 두 곳에서 열린 세미나가 서로 비슷한 주제로 개최되어 이와 같은 한국교회의 깊은 관심을 반영해 냈다.
서울 충신교회에서는 "급변하는 과학기술 사회와 교회"를 주제로 한국교회지도자센터(대표 박종순 목사, 이하 한지터)가 '제6회 바른신학 균형목회 목회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기조강연자 고 건 교수(이화여대 컴퓨터공학)는 "과학 혁명과 기독교"란 제목의 강연으로 정보혁명 시대 기독교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이야기 했다.
고 건 교수는 먼저 과거 민주주의, 산업혁명, 자본주의 혁명 모두 기독교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으며 발전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독교가 과학발전과 기술 발전 등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해왔고, 근대과학과 기술이 기독교 문명권에서만 발달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 했다. 그럼 왜 과학기술이 기독교 문명권에서만 발달했을까?
그에 대해 고 교수는 먼저 "기독교가 과학기술을 발전하게 만든 공로는 교육"이라 주장했다. 개신교 국가는 전 국민들의 성경 읽기를 위해 문맹퇴치에 앞장섰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는 "16세기부터 일찍 국민들을 교육시켰던 영국 미국 등 프로테스탄트 국가들은 19세기가 되자 산업혁명, 자본주의를 선도하며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선진국으로 부상했다"고 했다.
또 고 교수는 성경 자체가 과학기술에 필요한 '연구동기'와 '연구방법' 등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자연 속에서 법칙과 설계를 찾아내게 되면 창조자의 증거가 될 것이라 개신교인들이 생각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개신교인들의 '공개(Open)하는 문화'와 개인 지적재산권 존중 등이 과학기술 발전에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미 닥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고 교수는 이를 'IT혁명'이라 말하고, 이를 이해하려면 '인공지능'(AI) '통신' '센서' 등의 요소기술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는 사람-사물-공간이 무선인터넷으로 '초 연결'된다"고 말하고, "이를 통해 Big Data가 수집되고, 이것들이 AI에 의해 혁신적으로 사용될 것"이라 했다.
그러나 고 교수는 "변화가 빨라질 텐데, 그 속도가 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라 지적하고, ▶사람들의 일자리 문제 ▶사회의 파편화 ▶국가가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가 등의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 했다. 그렇지만 고 교수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기독교가 한 몫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
고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평생교육 인프라가 중요해질 것이라 말한 고 교수는 "기독교계가 온라인 신앙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특히 온라인은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전도 창구"라며 "그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들에 대해 온라인 강의들을 기독교계가 많이 준비한다면 전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더불어 사회의 파편화 현상에 대해서 "오직 기독교만이 인간 사이의 파편화와 가로막힌 담을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또 "만일 과거 산업사회처럼 정보사회를 위해서도 도덕적 기반이 중요해진다면 21세기의 도덕적 기반은 어떤 에토스(ethos)에서 찾을 것인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기독교가 어떤 역할을 할지 인류의 숙제로 다가올 것"이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 교수는 인터넷 세대인 차세대 전도를 위해 "전국 교계가 힘을 모아 IT시대에 걸맞는 인터넷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더불어 "IT는 미전도 종족에게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열악한 상태에 있는 문맹인들에게 오디오 비디오 복음을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은 저가 스마트폰"이라 소개했다.
주제강연자로 나선 고재길 교수(장신대 기독교와문화)도 "기독교공동체는 최첨단 과학기술이 낳은 인공지능의 능력을 전적으로 배척하기 보다는, 인공지능의 실체와 능력을 객관적인 비평에 근거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면서 "인공지능의 기술은 교회교육의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고, 교회교육은 기존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적극 활용하는 통섭적 융합적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고 교수는 "기독교공동체가 과학 또는 과학기술을 하나님의 문화명령과 일반계시의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과학적 지식과 과학기술의 능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이성의 한계 안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하나님과 성경의 가치에 역행하는 과학의 낙관주의적 유토피아론이나 또는 과학기술주의의 우상화에 대해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고 교수는 "인공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간에게 타자를 위한 공감과 섬김에 기초한 책임윤리를 요구 한다"고 말하고, "인공지능 시대에서는 경제적 약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경제정책의 설정과 기업윤리의 실천이 중요하다"면서 "교회는 경제적 삶의 터전에서 소외받는 약자들을 돌보고 섬겨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창원제일교회에서는 성결섬김마당(공동대표 김종웅 이준성 윤성원 정재우 한태수)이 "4차 산업혁명과 다음세대에 대한 목회적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제19차 포럼을 개최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미래 기독교교육"이란 주제로 발표한 김효숙 교수(장신대)는 먼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는 인간의 본성 및 가치에 도전하는 급격한 변화이므로 위협 요소에 대한 신학적 성찰 및 학제적 연구 확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AI가 촉발시키는 다층적 변화 및 기술발전 방향에 대한 비판적 성찰력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인간과 일’에 대한 기독교 신학적 성찰 및 인식 확산과 "기독교 공동체가 과학기술의 영향을 예측하고 적절한 사회개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더불어 그는 "교회의 교적부 및 헌금액 등 개인 데이터의 암호화 및 데이터 유통과정의 투명성(transparency) 확보가 필요하고, 정보보호(개인)와 정보공개(사회) 간 적절한 균형 및 윤리적 활용을 위한 정보 리터러시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정보의 편중, 정보권력사회를 방지하고 디지털 격차에 대한 민감성 및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등 새로운 윤리의식 형성을 위한 신학교육과정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기독교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디지털 문화 리터러시 개발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김 교수는 "놀이-일, 학습-놀이의 경계에 대한 기독교 교육적 재해석도 필요하며, 다음세대와 함께 춤추기 위해선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의 기제 및 디지털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에서는 형식적 교수가 아닌, 비형식적 학습공동체로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미래교육의 새 패러다임: 5차원 수용성교육"이란 주제로 발표한 원동연 박사(KAIST 미래교육연구위원회 위원장)도 "이제부터라도 한국 국민이 자신의 달란트를 최대로 발휘하도록 전인격성 인성교육에 바탕을 둔 수용성교육을 실시하고,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타 민족도 섬길 수 있는 인적자원을 길러내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었을 때 평화를 근간으로 고도의 기술 사회에서, 창의적으로 인류의 행복을 지향하는 역사의 바른 길을 가게 될 것"이라 이야기 했다.
한편 한지터 컨퍼런스에서는 박종순 목사(한지터 대표, 충신교회 원로)가 예배 설교를 전했으며, 강연 외에도 워크숍과 기도회 등이 함께 진행됐다. 성결섬김마당 예배에서는 윤성원 목사(삼성제일교회)가 설교했으며, 조일대 목사(청운교회)가 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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