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국제] 이슬람권을 겨냥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은 기독교와 이슬람 간 이른바 '문명충돌'로 인한 그 위험성이 점차 늘어나면서 이 같은 시대적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가디이언 래크먼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이번 '무슬림 금지' 정책은 고립된 사안이 아니라 미래 서방세계 정치에 대한 하나의 전조(前兆)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래크먼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설사 법원에 의해 거부당한다 하더라도 그는 쉽사리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추가적인 조치들을 통해 다시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래크먼은 또 트럼프뿐 아니라 미국과 함께 서구 문명을 대표하는 유럽에서 이러한 트럼프식 이슬람관에 동조하는 지지세력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것도 지적했다.
그는 이날 사임한 마이크 플린 국가안보보좌관과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가 등 트럼프 대통령 핵심 정책 라인의 지론인 유대-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파시즘과의 전쟁론이 반이민 행정명령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 역시 이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로서는 포기하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취임 연설에서 과거 대통령들이 사용했던 '자유세계' 대신 '문명화한 세계'를 언급한 것도 이슬람 전체주의로부터 서구 문명을 구하기 위한 자신의 사명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트럼프 정권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에 동정적이면서 반대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정부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은 서구 기독교 문명의 일부인 러시아 정교회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독일의 메르켈 정권은 상당수 이슬람 이민을 허용함으로써 미국의 이른바 대안 우익들은 이를 서구 문명에 대한 반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최근 이슬람 근본주의 확산에 대항하기 위한 워싱턴-파리-모스크바의 전략적 동맹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이슬람 경계론은 극우세력에 그치지 않고 있다.
프랑스 대선에서 중도우파 후보로 나선 프랑수아 피용 역시 최근 '이슬람 전체주의를 정복하라'라는 책을 출간하고 "우리는 현재 취약함이나 휴전을 전혀 모르는 적과 전쟁 중이다"고 이슬람 경계론을 표명했다.
또 피에르 를루쉬 전 유럽 담당 장관은 '끝이 없는 전쟁'이란 책을 통해 이슬람을 21세기의 나치즘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식 이슬람관을 가진 우익 정파들은 이밖에 네덜란드와 독일에서도 급속히 세를 키우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올 선거를 통해 1945년 이후 최초로 극우정당이 의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이 지난해 브렉시트로 유럽연합(EU) 탈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배경에는 유럽권이 아닌 이슬람권의 이민에 대한 적대감이 유권자들의 불만의 배경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래크먼은 이슬람권, 특히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젊은 무슬림들의 수적 급증으로 유럽 등에 대한 이민압력이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유럽의 반이슬람 정서와 맞물려 미국과 유럽에서 무장 이슬람세력인 지하디스트들의 테러의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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