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사람과사람] 가실 듯 가시지 않는 추위가 남아있는 겨울과 봄의 언저리에 '이야기를 담은 라멘' 문래점을 찾아갔다. '이야기를 담은 라멘' 문래점 이성진(28·하나로교회)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직원 외에 3명의 직원이 더 있었는데 이들은 '100사장 프로젝트' 2기 교육생들이라고 했다.
「100사장 프로젝트」는 새터민(탈북민) 등 사회취약계층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피피엘재단(이사장 김동호 목사)과 현대자동차그룹, 미래나눔재단 등이 후원해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이성진 대표는 이 프로젝트 1기생으로 지난해 12월 14일 '1호 사장'으로 문래점을 오픈했다.
한창 예민한 나이인 15세에 조부모와 함께 탈북한 그였다. 그보다 7년 앞서 그의 부모는 남한으로 왔다.
그의 나이 7세 때는 언 배를 먹고 소화를 시키지 못해 숨을 쉬지 않는 여동생의 죽음을 보기도 했다. 동생의 묘 앞에 올라간 음식이라곤 옥수수죽 하나. 그 앞에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고 싶어서 요리사가 되고 싶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북한을 나와 아버지가 소개한 중국 가정교회에서 처음 예배에 참석하고 기도하는 법도 배운 그는 몽골국경까지 가는 길에서 첫 기도 응답을 받았다고 했다. 물이 없어 할머니와 함께 손을 잡고 기도했더니 2~3시간 후에 눈앞에 마을이 보이더란다. 그는 지금도 그때가 잊히지 않는다고 간증했다.
"저는 기도하면 늦어지는 것 뿐이지 (어떻게든) 이루어지게 해주시는 걸 많이 체험했어요. 한국 와서 창업 준비하면서도 1년 넘게 기도했어요. 교회와 주위 분들에게 부탁도 하고요. 한국에서 어려운 생활할 때도 어려울수록 기도 많이 했고요."
이 대표는 창업을 앞두고 이런 기도도 했다고 한다.
"음식 한 그릇 한 그릇 나갈 때마다 하나님께 드린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해서 만들겠습니다."
그런 그의 기도 때문인지 임시개업 때부터 지금까지 매출도 제법 오르고 있다. 아침 7시 반부터 보통은 10시 반, 늦으면 11시 반까지 일하지만 이제는 몸에 배어서 괜찮다는 이 대표다.
그는 '진짜 힘들 때'는 후원자들 이름을 보고 힘을 낸단다. 창업을 앞두고 피피엘재단 이사장인 김동호 목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1구좌 월 3 만원씩 직접 후원자들을 모았다.
"저분들이 저를 보고 후원해주셨는데 힘들어하면 안 된다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저걸 볼 때마다 힘이 생기고 기분이 가라앉았다가도 기쁜 마음으로 일하게 돼요."
이성진 대표는 "저희 같은 사람들은 자립하기가 정말 힘든데 누가 여러 사람의 후원금을 모아서 창업해주시겠어요. 뭘 믿고요"라며 속내 깊은 감사를 전했다.
창업한지 두 달여인데 그는 벌써 주위에 어려운 이들을 도울 계획을 하는 한편, 새로운 창업을 꿈꾸고 있었다.
이달 말부터는 지역의 독거노인분에게 식사 대접을 할 계획으로, 매니저로 일하는 탈북자 친구와 함께 각자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 돈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나중에 돈이 더 많아져서 하려고 하면 아까워할까봐 없을 때 연습하자고 해서요."(웃음)
그는 올해 안에 북한 음식 전문점을 하나 더 내는 것도 목표라고 덧붙였다.
"여자 친구 아버지가 '북한찹쌀순대'를 하시는데 그걸 벤치마킹해서 북한 순대국이랑 냉면을 하고 싶어요. '이야기를 담은 북한찹쌀순대'라는 이름으로요."
'새터민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그다운 굵직한 목표였다. 하지만 더 큰 복(福)을 받을 그릇을 준비하는 그는 이미 새터민의 롤모델을 넘어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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