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16~17일 양일간 서울가든호텔에서 "기독교 교육의 본령을 지키자"란 주제로 (사)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의 '제57회 동계교장수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정기 교수(백석대 교육학)가 "기독교 교육과 잠재적 교육과정"(기독교 학교에서의 잠재적 교육과정 운영)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이정기 교수는 먼저 "교회나 학교 교육현장에 교사가 '위에서 아래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학교 체제(schooling system)인 학교식 교수 패러다임이 보편적 구조가 되어 있다고"고 말하고, "이런 학교체제식 교육은 지적인 영역에서는 통할 수 있지만, 정의적인 영역, 특히 영적인 영역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면서 "기독교 교육은 앎을 강조하는 표면적 교육과정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신앙공동체 안에서 이뤄지는 잠재적 교육과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교사가 가르치는 것을 배우는 동안 교사가 의도적으로 가르치지 않는 것은 물론 의식조차 못한 것들까지도 배우게 되는데, 이것이 잠재적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이라 설명하고, "잠재적 교육과정은 표면적 교육과정과 상관없이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통해 얻게 되는 학습 경험의 총체로 비공식적 교육과정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더불어 "잠재적 교육과정은 표면적 교육과정에도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태도나 성격에 더 오래, 강력하게 영향을 준다"고 했다.
잠재적 교육과정의 특성을 살펴보면, 먼저 이 교수는 "표면적 교육과정이 '말이나 글로써 명백하게 표현된 교육내용'으로써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의도적으로 가르쳐지는 의도성을 지닌다고 볼 때, 잠재적 교육과정은 '학교의 생활환경이나 규칙, 습관, 교사의 행동 등을 통해서 은밀히 제공되는 교육내용'으로써 비의도성을 지닌다"고 했다. 또 "정의적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 인간의 가치관, 흥미, 태도, 신념, 감정 등은 계획한 대로 가르쳐지지 않는데, 그것은 지적 영역에서의 교수-학습 원리와는 상당히 다른 원리가 작용하는 세계로서 잠재적 교육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고 했다.
또 이 교수는 "표면적 교육과정이 주로 교과와 관련이 있다면, 잠재적 교육과정은 주로 학교의 문화 풍토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고, "여기서 학교의 문화풍토는 '학교의 전체적 분위기'라는 말로 대체될 수 있으며, 그것은 다른 학교와 구별되는 그 학교만의 성격이나 특징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학교의 문화풍토와의 관련성은 '학생들이 은연 중에 갖게 되는 경험'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고 했다. 이와 같은 '경험'이 학교의 풍토에 의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 교수는 "표면적 교육과정은 주로 교사의 지적, 기능적인 영향을 받으나, 잠재적 교육과정은 주로 교사의 인격적인 감화를 받는다"면서 "잠재적 교육과정의 측면에서 볼 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학생들은 교사를 동일시 대상으로 삼고 교사의 행동을 은연 중에 모방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기독교 교육에서 잠재적 교육과정은 어떤 의미인가. 이 교수는 "기독교 학교에 있어 잠재적 교육과정을 다루는 이유가 분명하다"고 이야기 하고, "잠재적 교육과정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언젠가는 표면화되기 때문인데, 그래서 기독교 학교의 잠재적 교육과정은 '유기적 학습론'을 통해 이해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유기적 학습이란 학생이 물리적 심리적 영적인 상황에 있는 자체로, '저절로' 학습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기독교(대안)학교의 잠재적 교육과정의 몇가지 요소가 있음을 설명했다. 먼저 그는 "기독교 학교에서도 물리적 환경은 보이지 않는 교육과정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 학생들의 신체, 의식은 물론 영적인 부분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설명하고, "학년제도, 담임제도, 교직원 조직, 장학제도 등은 '제도 및 행정조직' 요소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기독교 학교 교육에서 교사를 단순히 교과서의 지식, 즉 표면적 교육과정만 수행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사의 전 인격을 중요한 교과과정으로 다루는 것은 당연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신앙'은 1차적으로 교회의 전통과 유산을 경험하는 가운데 형성되어 신앙공동체를 형성하는 요체가 된다"고 했다. 덧붙여 "기독교(대안)학교는 공통적으로 학교 자체가 신앙공동체이며, 또 이를 지향한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성도로서 제자의 자리에 앉기 위해서, 그리고 시민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독교 세계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그 세계관의 출발은 하나님께서 모든 만물의 주권자이시며, 이를 사랑과 공의로 다스리시며, 인간을 당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셔서 제자로서의 삶과 시민으로서의 삶을 살도록 하셨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부터"라 이야기 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물리적 환경, 제도와 행정, 신앙공동체, 교과서 밖 교사, 그리고 기독교 세계관 등이 "기독교(대안)학교의 잠재적 교육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설명하고, "이 요소들의 그 하부 요인들 유기적 학습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면서 "각 요소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학생들로 하여금 제자직과 시민직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 된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이정기 교수의 발표 외에도 김형석 교수(연세대 명예교수)가 "사랑이 있는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는 주제로 강연했으며, 고무송 목사(한국교회인물연구소장)는 "기독교 사역, 그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한국 개신교 최초의 순교자 토마스 선교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개회예배 설교는 박원호 목사(주님의교회)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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