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최순실 사태에 대해 두 번째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공감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어려울 때부터 믿고 친분을 쌓아온 한 사람으로 인해 나라가 이토록 혼란에 빠지고 연일 탄핵과 하야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대통령의 사과가 이 혼란을 안정시키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한다.
대통령도 인간인지라 감성적인 부분에 대해서야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그러나 최순실을 개인적으로 너무 믿었다는 박 대통령의 감정 토로만으로 국민들의 의혹과 들끓는 분노가 가라앉겠는가.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국민이 그 지위를 부여한 사람이다. 대통령에게 부여된 모든 권한은 국민이 준 것이므로 대통령은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섬겼어야 했다.
다만 앞으로 검찰 조사에 적극 응하고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통령을 포함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져 사건의 실체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그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있는 조치가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오늘의 불행한 사태는 모든 것이 대통령의 책임이며 끝까지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무게이다. 대통령이 과거 최태민과의 도를 넘는 교분과, 사교에 빠져 국정을 소홀히 했다는 설도 대통령은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소위 ‘비선실세’로 알려진 이들의 국정 농단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는 마당에 국민들이 과연 진솔하게 믿고 받아줄지 의문이다.
지금 온 나라가 최순실이라는 블랙홀에 빠져있다. 확인되지 않은 각종 설과 의혹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일이 지속되는 한 국가의 동력은 멈추고 대한민국은 한 발짝도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상황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인 것은 온 국민이 모두 다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 또는 특검에 맡기고 정부와 국회가 본연의 기능을 하루 속히 회복하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대통령이 밝힌 종교지도자들과 자주 소통하겠다는 약속도 이 문제를 끊임없이 요구해온 본 한국교회연합의 입장에서는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앞으로라도 기독교지도자들과 각계 원로들에게 가슴을 열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2016.11. 4.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조일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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