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신칭의 이전의 행함: 필요 없는 행함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얻기 이전의 행함으로는 의롭다함을 얻을 수 없다고 성경은 여러 곳에서 말한다.
1) 롬 3:20-28
바울은 롬 3:20에서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다”고 말한다. 이어서 3:28에서도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되는 줄 우리가 인정하노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바울은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 단계에서는 율법의 행위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는 마치 갓난아이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탄생할 때,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어떤 공로를 세우고 탄생하지 않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로 탄생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 위한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공로를 세우고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 단계는 하나님의 자녀의 신분을 얻는 단계이다. 하나님의 자녀의 신분을 얻는 것은 우리의 어떤 행위나 공로로 되는 것이 아니고,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 믿음으로 되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부모의 자녀로 탄생하는 것이 전적인 부모의 은혜로 되는 것과 같다.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단계에서는 행함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바울이 롬 3:20-28에서 말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단계에서는 행함으로 의롭다함을 받을 수 없는가? 그 이유는 이 단계에서는 아직 성령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율법의 의’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2. 행함으로 얻는 의 (이행칭의 以行稱義), 5) 롬 8:1-4) 살펴본 바와 같이 율법을 행함으로 의롭다함을 얻을 수 있는 단계는,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은 다음 단계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그래서 바울은 롬 3:28에서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되는 줄 우리가 인정하노라”고 말한 것이다. 아래에서 살펴보려는 롬 4:1-3; 갈 2:16; 엡 2:8-9도 롬 3:20-28과 같은 견해를 말하고 있다.
2. 이신칭의 이후의 행함: 필요한 행함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을 때는 행함이 필요하지 않았으나,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은 이후에는 행함이 필요함을 성경은 여러 곳에서 말씀한다.
1) 마 19:16-19
재물이 많은 청년에 대한 이야기는 마 19:16-30; 막 10:17-31; 눅 18:18-30 등 세 복음서에 다 나온다. 이 청년(막 10:17은 ‘한 사람’, 눅 18:18은 ‘관리’)은 예수님을 향하여 “선생님이여 내가 무슨 선한 일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하고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하여 예수님은 “네가 생명에 들어가려면 계명들을 지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이 청년은 “어느 계명이오니이까?” 하고 다시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하여 예수님은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 증언하지 말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 등 출 20:12-16과 신 5:16-20에 나오는 십계명 가운데서 이웃 인간에 관한 계명들을 말씀하신다. 그리고 이어서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레 19:18을 말씀하신다. 여기에서 예수님은 영생을 얻는 길이 5-9계명을 지키고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는”것임을 분명히 말씀하신다(막 10:17-31; 눅 18:18-30에는 이웃사랑에 대한 조항이 빠져 있다). 재물이 많은 청년은 “이 모든 것을 내가 지키었다”(20절)고 한 것으로 보아 이미 하나님을 믿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이 청년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므로 아브라함처럼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이신칭의를 받은 청년에게 예수님은 영생을 얻으려면 “계명들을 지켜야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물론 본문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대상은 유대인 청년이다. 그러나 이 말씀은 기독교인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씀이다.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은 기독교인들도 “계명들을 지켜야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말씀이다. 예수를 믿는 사람은 최소한 십계명을 지키고 이웃을 자신과 같이 사랑해야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부자청년에 관한 이야기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시고자 한 의도이다.
예수님께서는 요 14:15에서“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나의 계명을 지키리라”(요 14:21; 15:10 참고)고 말씀하셨다. 또 요 13:34에서는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5:12 참고)고 하셨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인간에 관한 5-10계명을 지키고, 자기 이웃을 자기 자신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인이 믿는 예수님이 기독교인들에게 명령하신 새 계명이다. 예수님을 믿고 이신칭의를 받은 이후에는“서로 사랑하고”“인간에 관한 5-10계명을 지키고, 이웃을 자기 자신과 같이 사랑해야”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마 19:16-19에서 예수님께서 기독교인들에게 가르치시는 말씀이요 교훈이다. 다시 말하면 이신칭의를 받은 이후에는 영생을 얻기 위하여“서로 사랑하고”“인간에 관한 5-10계명을 지키고, 이웃을 자기 자신과 같이 사랑하는” 행함이 필요하다는 말씀이다. 이신칭의 이후의 행함은 필요한 행함이요 구원의 필수조건이다.
2) 눅 10:25-28
눅 10:25-28에 율법교사가 등장한다. 율법교사는 이미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므로 아브라함처럼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율법교사가 예수님을 향하여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하고 질문한다. 이 질문을 받고 예수님은 “율법에 무엇이라 기록되었으며 네가 어떻게 읽느냐?”고 반문하셨다. 그러자 그 율법교사가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였나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눅 10:25-28은 신 6:5와 레 19:18의 인용문으로서, 이 두 말씀은 10계명 전체의 요약임과 동시에 온 율법과 선지자의 핵심(골자)이다(마 22:40). 이 대답을 들으시고 예수께서 “네 대답이 옳도다. 이를 행하라. 그러면 살리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하나님을 믿고 이신칭의를 받은 사람도, 이신칭의를 받은 이후에는 두 큰 계명인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눅 10:25-28; 마 22:34-40; 막 12:28-34)을 실천해야 영생을 얻고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말씀이다. 이신칭의를 받은 이후에는 영생을 얻기 위하여서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행함이 필요하다는 말씀이다. 이신칭의 이후의 행함은 필요한 행함이요 구원의 필수조건이다.
3) 롬 13:8-10
롬 13:8-10에서 바울은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탐내지 말라 한 것과 그 외에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그 말씀 가운데 다 들었느니라.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고 말한다. 이 말씀은 로마에 있는 예수를 믿는 사람들, 즉 예수 믿고 의롭다함을 받은 기독교인들에게 한 말이다. 이신칭의 받은 사람은 이신칭의 받은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고“간음하지 말고, 살인하지 말고, 도둑질하지 말고, 탐내지 말아야 하는” 등 십계명을 지켜야 하고, 또“자기 이웃을 자기 자신과ㅊ 같이 사랑해야 한다.” 이신칭의를 받은 이후에는 남을 사랑함으로 율법을 완성하는 행함이 필요하다는 말씀이다. 이신칭의 이후의 행함은 필요한 행함이요 구원의 필수조건이다.
4) 고전 6:8-11
고전 6:8-10에서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을 향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8 너희는 불의를 행하고 속이는구나. 그는 너희 형제로다 9 불의한 자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줄을 알지 못하느냐? 미혹을 받지 말라. 음행하는 자나 우상 숭배하는 자나 간음하는 자나 탐색하는 자나 남색하는 자나 10 도적이나 탐욕을 부리는 자나 술 취하는 자나 모욕하는 자나 속여 빼앗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하리라. 11 너희 중에 이와 같은 자들이 있더니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나님의 성령 안에서 씻음과 거룩함과 의롭다 하심을 받았느니라.”
여기서 말하는 ‘너희’는 1-7절(특히 4절, “그런즉 ‘너희’가 세상 사건이 있을 때에 ‘교회’에서 경히 여김을 받는 자들을 세우느냐?”)에서 말하는 고린도 교인들이다. ‘너희’는 예수님을 ‘주’(Kyrios)로 믿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고린도교인들 가운데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죄를 짓는 사람들 즉 행함이 없는 사람들이 있음을 8-10절은 말한다. 그들은 교회에 속한 사람들이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불의를 행하고, 속이고, 음행하고, 우상 숭배하고, 간음하고, 탐색하고, 남색하고, 도둑질하고, 탐욕을 부리고, 술 취하고, 모욕하고 속여 빼앗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되고 말았다. 이런 사람들은“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한다”고 바울은 두 번이나 경고한다(9,10절). 이 사람들은 믿음은 가지고 있지만 행함이 없기 때문에, 불의를 행하고 간음하고 도둑질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한다. 바울은 믿음을 강조하는 사도다(롬 3:26-28; 갈 2:16). 그런데 고전 6:8-10에서 바울은 믿음이 있다고 해서 모두 다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고, 행함이 없으면, 불의를 행하면 구원을 얻을 수 없다고 분명이 말한다. 여기에서 행함은 구원의 필수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을 때는, 이신칭의를 받을 때는 행함이 필요하지 않지만, 이신칭의를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다음에는 행함이 필요하고, 이 행함이 없이는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나라에서 기업을 얻지 못한다”고 분명히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신칭의 이후의 행함은 필요한 행함이요 구원의 필수조건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성경은 두 종류의 행함에 대하여 말한다. 첫째는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얻을 때(이신칭의)의 행함인데 이 때에는 행함이 필요 없고, 둘째는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얻은 이후의 행함인데 이 때에는 행함이 필요하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두 종류의 행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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