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한국조직신학회(학회장 김재진 박사)의 '목회를 위한 교의학 주제 해설' 특강이 '깊어져' 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강연에서는 박성규 박사(장신대 조직신학)가 "섭리론"을 강의해 목회자들에게 이해와 도움을 줬다.
박성규 박사는 "섭리론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계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더 나아가 이 세상의 모든 삶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어떻게 이해하며 삶을 살아야 할 것이지를 가르쳐 준다"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섭리”라는 말은 어원상 라틴어 ‘프로비덴치아’(providentia)에서 왔으며, 이 라틴어는 다시금 헬라어 ‘프로노이아’(πρόνοια)를 번역한 것이다. ‘프로노이아’는 “미리-보다”, “미리-알다”, “선견지명”, “사전준비”, “의도”, “계획” 등을 의미한다. 어원에 비추어 볼 때 하나님의 섭리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이 세계의 과정과 사건들을 예비하시며, 하나님의 뜻과 의지대로 이 세계를 다스리시며, 하나님의 목적에 맞게 이 세계를 인도하신다는 내용 전체를 일컫는다.
박 박사는 "섭리의 주체는 삼위일체 하나님"이라 말하고, "섭리의 주체가 삼위일체 하나님이라는 말은 이 세계의 모든 역사의 과정과 사건들이 우연이나 숙명적인 자연의 법칙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한다"면서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이신론(理神論, deism)은 이 세계에 하나님의 계시나 개입이 일어날 가능성을 부정했지만, 신학적으로 섭리론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자신을 계시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자기계시를 설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특별히 섭리론은 예정론과 구분이 된다. 박 박사는 "섭리론은 창조론과 관련된 내용이고, 예정론은 구원론과 관련되는 내용"이라 설명하고, 섭리론은 창조세계 안에서 활동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과 관련된 내용인 반면에, 예정론은 인간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선택과 관련된 내용이라 이야기 했다. 그럼에도 불구, 그는 "하나님의 결의라는 맥락에서 섭리 개념이 성서 전체에서 말하고 있는 하나님의 구원행동의 예정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섭리와 예정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설명하고, "그렇다고 해서 섭리론은 예정론과 성급하게 결합시키면 구원론 문제에 있어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기에 반드시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또 박 박사는 '섭리론의 공동체적 성경'을 설명하면서, "하나님의 섭리가 우주 안의 크고 작은 모든 사건들을 다 포함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섭리를 사적인 것으로 이해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성서에서는 피조세계와 하나님의 관계에 대한 가르침 또는 성서에 등장하는 족장들이라는 공동체와 이방민족들을 포함하는 백성들과 하나님의 관계를 밝혀주는 것을 섭리론의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물론 성서에는 개인의 출생에서부터 개인의 부르심에 이르기까지 개인에게 역사하는 하나님의 섭리를 언급하는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그 개인 자신을 위한 하나님의 섭리였기 보다는, 공동체를 위한 하나님의 섭리의 과정 가운데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더불어 박 박사는 "모든 일이 다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서 계획되고 진행된다면 거기에 인간의 자유는 박탈당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오리게네스(Origenes)를 인용해 "모든 피조물들이 '하나의' 세계를 위하여 그리고 그 세계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위하여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하나님의 말씀과 지혜를 통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계획 덕분에 일어나지만, 그러한 하나님의 섭리의 계획은 '(인간의) 의지의 자유에 반대하여 강압적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그는 "하나님은 '인간의 마음'을 아시기 때문에 하나님의 섭리(divina providentia)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싸움'에 동행하시며, 조정하시며, 인도하시고, 모든 것에 자유를 주신다"면서 "인간 자유는 하나님의 섭리와 단지 일치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이 세계의 과정과 약속의 과정을 위하여 반드시 필연적인 것"이라 이야기 했다.
또 하나님의 섭리와 숙명론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먼저 박 박사는 "성서의 증언에 따르면 우선 하나님의 섭리는 모든 개개인의 삶을 통제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숙명론이 개인적인 운명에 대한 결정이라고 한다면, 섭리론은 창조세계와 공동체에 대한 하나님의 행동에 관한 내용"이라 했다. 이어 "운명론에서는 우선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주체가 불분명한데, 섭리론에서는 삼위일체 하나님이라는 책임자인 주체가 분명히 드러난다"고 설명하고, "운명론 속에서는 인간의 존재와 삶의 근본조건이라 할 수 있는 인격적인 관계가 불가능하지만, 섭리의 주제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은 피조세계와 인간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시고, 살아가게 하실 때에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행하신다"고 했다. 섭리의 주체이신 하나님이 이 세계와 인간의 역사에 개입해 들어오시는 원리가 사랑과 자유에 있기 때문에, 하나님과의 인격적으로 관계에 들어가게 되는 피조세계와 인간은 닫혀진 체계의 숙명론이 아니라, 우연성과 우발성이 가능한 자유의 열린 가능성의 세계란 것이다.
박 박사는 "오리게네스처럼 어거스틴도 (비이성적인) 우연이나 (자연필연적인) 운명을 세계역사를 결정짓는 작용원인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하고, "오히려 '참된 종교'는 하나님의 섭리(divina providentia)에 관하여 물으며, 그러한 섭리는 우연이나 운명에 근거를 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지와 인간의 의지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어거스틴은 설명했다)"고 전했다. 하나님의 섭리는 하나님의 의지와 인간의 의지와 관련지어 보아야만 한다고 어거스틴은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비록 선과 악 사이의 결정이 인간의 의지의 자유의 차원에서 이루어진다고 할지라도, 인간의 의지능력 전부가 하나님의 능력으로부터(potestas Dei) 온 것이기 때문에, 어거스틴은 피조된 우주의 모든 부분을 하나님의 통일된 섭리에 속한 것으로 봤다"고 이야기 했다.
마지막으로 박 박사는 "크건 작건 모든 세계사와 인생사에 하나님의 섭리가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신앙이 섭리신앙"이라 밝히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일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좋은 때든지 좋지 않은 때든지 언제 어디서나 무슨 일에나 결국에는 하나님의 섭리의 뜻대로 될 것이며, 하나님의 섭리는 결국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져 나의 결정보다 결코 나쁘지 않으리라는 확신 가운데 끝까지 이겨 승리하게 하는 믿음이 바로 섭리신앙"이라 이야기 했다. 더불어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 사람이라면 우선 삶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세력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 그리스도인들에는 '이 세계를 하나님의 피조세계로 긍정하는 동시에 이 세계에 대한 파수군적인 비판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한국조직신학회는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신학이 없는 목회는 종교화 될 수밖에 없고, 교회와 목회를 위한 신학이 아닌 것은 식자들의 종교적 탁상공론에 머물고 만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목회현장에서 생기는 24개 주제들에 대해 지난 4월 22일 전국조직신학자 학술대회에서 초교파적으로 신학적 토론을 마쳤던 바 있다. 그 결과를 모아 매주 같은 일정으로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을 위한 공개 강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7월 시작된 강의는 오는 12월 26일까지 계속된다. 등록: http://kerygma.kr/admission/126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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