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30일 백석대에서 "평화통일과 한국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제67차 정기논문발표회 및 제17차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토론 발제자로 나선 주도홍 교수(백석대)는 "통일로 향하는 교회의 길"이란 발표를 통해 "통일부라는 명칭보다는 '남북교류부' '남북교류협력부' 등의 이름으로 바꾸라"고 먼저 제안하고, "사실 남북교류를 감당하는데 이념을 넘어 순수하게 복음에 서서 그 일을 감당한다면 한국교회보다 적임자가 누가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주 교수는 "우리 민족을 교묘히 죄악에 빠뜨리는 분열 분단을 한국교회가 어떻게든 영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극복해야 할 것"이라 말하고, "대체로 보수적인 한국교회는 '작은 죄'는 강조하고 회개를 외치나, 사회적 정치적 국가적 안보적 국제적 그리고 이념을 빙자한 죄악들인 '큰 죄'에는 무감각해 눈을 감고 있다"면서 "한 예로, 남북문제에서 벌어지는 사악한 일들은 그저 국가가 책임지고 감당할 정치문제로 치부하고 변명하며, 하나님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한 채 교회의 과업으로 생각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주 교수는 "한국교회가 정치를 따르며, 정치와 결탁할 때, 교회는 길을 잃는다"고 지적하고,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교회는 교회만의 고유한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남북을 이어주는 정치의 길은 통일의 길에 있어서 하나의 길이지 유일한 길은 아니"라면서 "많은 법적 제약이 있을지라도 교회의 길이 어떤 길인지를 (정부에) 잘 설득하고 이해시켜서 가능하면 파트너 의식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주 교수는 "사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정치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그들에게 조언자요 동역자가 되어 그러나 교회의 길에 서서 그 길을 가야할 것"이라며 "남북통일을 향하는 길이 한국에서는 정치의 길 외에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발상의 전환을 한국 정치도 한국교회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치의 길을 포함한 다양한 길을 찾아 나설 수 있어야 하고, 민간영역에서 특히 놀라운 교회의 길이 있음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주 교수는 "한국교회가 전통과 이념에 사로잡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교회가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남북관계를 생각하고 통일을 기대하는데, 이제 보다 전문적으로 한국교회가 분단조국과 통일한국을 연구하며 준비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가 분단을 정치 문제로만 보지 말고, 교회의 문제로 받아들여 부디 전문적이고 치밀한 연구로 기독교세계관에 입각한 실적을 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주 교수는 "2010년 천안함 포격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5.24조치를 취한 후 아무 일도 못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한국교회는 1990년 이후 적으나 크나 역할을 해왔다"고 말하고, "북한 동포의 가난과 질병에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동참했는데, 이러한 한국교회의 모습이야 말로 이미 우리 안에 통일을 이뤄가는 것"이라며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비록 이념이 다르고 국경이 다르다 할지라도, 복음에 순종하며 그들을 품고 기도하며 진정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할 수 있다면 결코 분단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교회가 이제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분단을 바라보고, 행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한반도가 둘로 나누어져 조금은 답답하고 힘들어도, 인내하며 북한을 품고 예수의 마음으로 섬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물론 북한이 개혁개방에로 변화되길 바란다"고 말하면서도, "오늘의 한반도 상황에서도 한국교회는 이미의 통일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면서 "아직(NOT YET) 깊은 어둠에 잠긴 분단이어도, 한국교회는 이미(ALREADY)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통일을 앞서 맛보는 교회이어야 할 것"이라 했다. 그럴 때, 그는 "이미의 통일이 실질적 통일(de facto unification)을 앞당길 것"이라며 "통일이 됐을 때도, 하나 되는 일에 엄청난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 했다.
한편 주도홍 교수의 발표와 함께 김병연 교수(서울대) 허문영 교수(통일연구원) 김병로 교수(서울대) 등이 함께 패널로 나서서 100분 토론이 진행되기도 했다. 또 토론 전에는 김병연 교수와 허문영 교수가 주제 강연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허 교수는 "경성국력(Hard Power, 군사력 경제력)과 연성국력(Soft Power, 문화력 외교력) 결합의 스마트 파워(Smart Power)만으로는 우리가 주변 4국을 중재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영성파워(Spirit Power)를 함께 구비해 온전국력(Whole Power)으로 평화통일 평화세계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는 분과 주제발표가 이뤄졌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1981년 한국의 복음주의 신학자들에 의해 태동된 개신교 신학회로, 10개의 분과학회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35개의 국내외 회원학교와 약 1천 여명의 교수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오는 28일 오전 7시에는 백석대에서는 김대웅 교수(총신대 구약학)가 발표자로 나서서 제81차 신학포럼이 진행되며, 10월 29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는 "성, 가정, 사회"를 주제로 제68차 정기논문발표회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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