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2017년 종교개혁500주년을 준비하면서, 지난 23일 두 곳의 자리에서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를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려 한국교회로 하여금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먼저 한국기독교윤리학회(회장 유경동 교수)는 감신대에서 "마틴 루터의 신학과 윤리"를 주제로 2016년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충구 교수(감신대)는 "루터의 개혁 사상과 한국 기독교"를 주제로 발표했는데, 루터 당시 종교개혁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한국교회의 민낯을 실랄하게 비판했다.
박충구 교수는 루터의 95항 테제 제시가 그 당시 대학에서 흔히 논쟁을 제기하던 방식이었다고 설명하고, 특히 "루터의 신학적 본가라 할 수 있는 하이델베르크 아우구스투스 수도회가 루터를 소환해 그의 신학사상을 경청하고 토론을 거쳐 교황청이 아니라 루터의 신학적 신념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는데, 바로 이러한 진리 담론 공동체가 살아 있었고, 이들의 진리 담론에 설득되고 동의했던 기독교 영주들과 교도들이 있었기에 종교개혁이 힘을 얻게 됐다"면서 자신은 이런 점에서 유럽의 대학 역사 속에서 진리담론을 존중하는 풍토가 루터를 종교개혁자로 만들어 줬다고 생각한다 했다.
이어 박 교수는 "한국교회가 좌파라는 양동이를 버리면서 동시에 그 속에 담긴 정치 경제적 정의와 연대를 향한 사회윤리학적 과제도 함께 던져 버리는 어리석은 교회가 됐다"고 지적하고, "우리 사회에서 정의와 평화를 요구하는 사회의 함성은 커져만 가는데 교회는 위로와 안위의 진통제를 풀며 정의와 평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개혁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교회 수치스러운 과거, 어두운 미래, 이것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중앙루터교회에서는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회와 기독교한국루터회가 공동으로 "루터신학과 한국교회"란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마틴 루터의 정치신학과 공공성"을 주제로 발표한 김주한 교수(한신대 신학과 역사신학)는 루터의 정치사상의 본질적 속성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근거해 있음을 논증하고, 그의 두 정부론은 세상의 평화와 안녕을 유지하고 이웃을 사랑하기 위한 공적 구조를 태생적으로 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교회와 정치권력 가운데 어느 한 편이 다른 한편을 이용하려 할 때(교회가 세속 정치를 동원하든 세속 정치가 교회를 동원하든), 양자의 의미와 기능, 그리고 규범들은 실천적인 공간에서 큰 혼란에 빠져들 우려가 있다"면서 "양자는 자신의 고유한 책임성을 발현할 때, 그리스도의 최고 실천 윤리 '사랑'이란 고유한 덕목을 훌륭하게 구현해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 교수도 양극화와 사회 모순 등 한국사회 부조리에 대해 지적하고, 동시에 한국교회의 강한 보수성과 배타주의, 세속주의, 물량주의, 개교회주의, 종교의 사사화 등이 우리 사회 긴장 강도를 더욱 높여 놓았다고 했다. 또 그는 "신세대 신문화 신사고로 특징되는 시대의 가치관과 제도들이 전통주의적 교회관과 신앙의 패러다임을 급속하게 해체시켜 교회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변화된 현실 앞에서 한국교회가 여전히 시대의 등불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면, 루터의 정치사상 속 공공성 구조의 의미와 중요성을 주목해 봐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두 모임 모두 강연자들 외 수 명의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나서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으며, 한국기독교윤리학회에서는 김상현 감독(기감)이,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회와 기독교한국루터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대회에서는 이종윤 목사(서울교회 원로)가 각각 나서서 개회예배 설교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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