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규진 기자] '도마복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지. 성경 외경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한국교회 이만큼 논란을 일으킨 서적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18일 오전 CCMM 빌딩에서는 '제4회 목동포럼 기념세미나'가 열린 가운데, "도마복음"을 주제로 목창균 박사(서울신대 전 총장)가 강연을 전해 관심을 모았다.
도마복음은 이미 오래 전 故 김용옥 교수를 통해 한국교회에 소개된 바 있다. 이후 동명이인 도올 김용옥이 공중파 방송에 나오고 중앙 일간지 등에 이를 연재, 그리고 저술을 통해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도올은 도마복음을 신약성서 복음서의 원형으로, 예수를 "니체보다도 더 본질적인 무신론자"이며 구약의 하나님과 결별을 선언하고 새로운 아버지의 나라를 선포했던 자로, 그리고 구원을 예수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예수의 말씀에 대한 해석과 깨달음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해설했다. 때문에 목 박사는 "도올의 강의나 저술은 전통적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고 했다.
목창균 박사는 "1600년이나 땅 속에 묻혀있던 도마복음의 발견은 초기 기독교 연구는 물론, 영지주의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를 제공했다"고 말했지만, "신약성서 복음서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이것이 예수의 진정한 말씀인가라는 새로운 문제를 일으켰다"고 했다.
목 박사에 따르면, 도마복음은 예수를 그리스도와 메시아로, 즉 인류의 구원자로 이해하지 않고 비밀 말씀을 가르치는 교사나 인간을 깨달음에로 인도하는 안내자로 묘사하고 있다. 또 구원도 인간의 본성 변화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으로 보지 않고, 인간의 신적 본성을 깨닫는 것으로 보며, 구원이 하나님의 은혜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 노력에 의해 성취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특히 예수 십자가 죽음에 대해 어떤 중요성도 부여하지 않고, 그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목 박사는 "도마복음이 정경에서 제외되고 이단적인 문서로 밀려나게 된 근본적 이유는 교회가 전통적으로 알고 있는 믿음과 전혀 다르고, 사도적인 교회와 신학적인 연속성도 없고, 그 기원과 출처도 의심스러운 내용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예수가 구원과 생명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요, 구원은 그의 희생적 죽음을 통해 이뤄진다는 기독교 핵심 교리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한편, 인간 자신의 참 본성을 깨닫는 것, 즉 지식을 통해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믿음이 아니라 깨달음을 강조하는 것, 그것이 도마복음이 정경에 포함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영지주의와의 관계 문제라고 목 박사는 이어 말했다. 도마복음이 영지주의에 대해 직접 언급하거나 발전된 형태의 영지주의를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해도, 적어도 초보적 형태의 영지주의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도마복음서 저자가 영지주의 사상을 기독교화 하려 했는지, 또는 기독교 복음을 영지주의화 하려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기독교를 영지주의적인 방향으로 이끌려고 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때문에 영지주의적인 기독교 문헌과 더불어 도마복음도 고대 교회로부터 이단적 문서로 낙인찍혀 압수, 소실되는 운명에 처했다는 것이다.
목 박사는 "고대 교회가 출처가 의심스러운 기독교 문헌들을 신학적 논의에서 제외하려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 4세기 완성된 정경화 작업"이라 말하고, "이 정경에 절대적 권위를 두는데서 정통이 형성된 반면, 신학의 기반을 외경에 두는데서 이단이 생기게 된 것이라는 것을 현대 기독교인들은 유념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조광성 목사(목동포럼 회장, 송현교회)의 사회로 열린 행사에서는 송철웅 목사(목동포럼 고문, 새소망교회 원로)가 기도하고, 김용현 장로(목동포럼 부이사장, 남광실업 회장)가 인사말을 전했다. 김 장로는 "앞으로 목동포럼이 좀 더 하나님의 말씀으로 무장하고, 더 우리가 한걸음 나아가 전도의 사명을 갖고 이 땅에 복음이 더 널리 전파되어 하나님 나라를 완성할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행사는 윤종관 목사(예성 증경총회장, 개동교회) 축도로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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