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나이지리아성공회가 세계성공회에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 반대 입장을 지킬 수 있도록 '특별 지위'를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나이지리아성공회는 또한 동성애를 수용한 일부 서구 관구들에 대한 항의의 뜻에서 다음 성공회 지도자 회의에 불참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나이지리아는 세계성공회에서 가장 큰 관구를 형성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관구장 니콜라스 오코 대주교는 내달 잠비아 루사카에서 개최 예정인 세계성공회 자문평의회(Anglican Consultative Council)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는 동성애자 성직 임명과 동성결혼을 포용하기로 한 미국성공회가 이 회의에 참석해 투표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월 개최된 세계 관구장 회의에서는 교단이 아직 동성애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도 미국성공회가 독단적으로 동성애를 수용한 데 대한 징계의 의미로 2년간 소속 관구 자격을 제한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 자격 제한으로 인해 미국성공회는 교단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에 관구 자격으로 참석하겠다고 의사를 밝혀 온 것이다.
오코 주교는 성명을 통해서 매우 강력한 어조로 "나이지리아성공회가 결혼과 동성애에 대한 전통적인 성경적 기준을 고수할 수 있도록 '특별 지위'를 부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한 서구 자유주의 관구들이 "미묘한 협박을 통해서 나이지리아와 같은 보수적인 관구들이 수정주의의 구속을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그들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는 미국성공회의 최초 동성애자 주교인 진 로빈슨 전 주교의 성직 임명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관구 중 하나로 이 일에 항의하며 세계성공회 주교 회의인 램버스회의에도 2008년 불참했으며 같은 해 보수주의 주교들의 대안적 모임인 GAFCON(Global Anglican Future Conference)의 창립에 일조했다.
나이지리아성공회는 동성애를 수용한 미국과 캐나다 성공회와 교류를 중단하기도 했다. 오코 주교는 지난 1월 열린 세계 관구장 회의에서 미국성공회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내려지기를 기대했으나, 회의 결과로 도출된 관구 자격 제한 조치는 큰 의미가 없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성명을 통해서 "심지어 관구장 회의에서조차 인간 성과 결혼에 대한 정통적 시각을 고수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 지도자들이 말하는 방식과 '호모포비아적'이라는 비난은 세계성공회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사실상 지도자들은 교단이 동성애적 교리를 포용할 신자들을 양성할 수 있을 때까지 인내의 기간을 가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