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미국의 한 기독교인 남성이 이슬람국가(IS)로 인해 희망을 잃어버린 이라크 난민들을 위한 마을들을 세우고 있다고 영국 크리스천투데이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 출신인 빌리 레이는 '난민이니셔티브(Refuge Initiative)'의 공동 설립자로, 2008년부터 아내 던과 어린 세 아들과 함께 이라크 북부로 이주해 살고 있다.
레이는 여러 지역에서 난민들을 위해 봉사하다가 2010년에 소란(터키와 이란 국경지대에서부터 32킬로미터 떨어진 쿠르디스탄 마을)으로 이주할 것을 권유받았다. 레이 가족은 그 지역에 정착한 첫 번째 서양인 가족이었다.
레이는 "마을 대표가 우리가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도와 주었다"고 말했다. 그와 가족은 내전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던 마을 내의 땅을 할애받아 그곳에 지역 주민 센터를 건립했다. 이 센터에서 레이 가족은 주민들에게 직업 훈련과 어학 교육을 제공했으며 몇 년간 지속된 사역으로 지역과 정부와의 관계도 두터워질 수 있었다.
그러던 2015년 6월, IS가 마을로부터 150 킬로미터 떨어진 모술 시를 장악했다. 그러나 레이와 그의 가족은 피난을 준비하기보다 마을 대표에게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 물었다. 레이는 "이런 시기에 여기에 머물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레이는 이전에 고아 사역단체인 월드오펀스(World Orphans)에서 자신과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 함께 20여 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캠프를 지으려고 구상한 적이 있었다. 마을 대표는 IS가 모술을 공격하기 며칠 전 피신해 온 20명의 샤바크족 시아파 무슬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바로 그날, 우리는 불도저를 동원해 땅을 갈았다"고 레이는 말했다. 그리고 9일이 채 지나지 않아 그와 팀원들은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텐트 마을을 세운 뒤 물과 전기를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레이는 그것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며 "수십만 명에 이르는 난민 중에서 120명만을 수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품위와 자율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수백만 명의 난민들을 생각하며 절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레이가 느낀 절망감은 그의 팀이 소규모 난민 수용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소규모 마을 형태로 난민들을 구호하는 최선의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이제 총 5개의 소규모 난민 마을에서 야지디족과 샤바크족 난민 700명이 거처를 제공받고있다. 각각의 소규모 마을은 100~250명의 난민, 20~25개 가구를 수용하고 있다. 또한 난민들과 끊임없이 협의해가면서 그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있으며 난민들 스스로가 마을 운영에 권한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레이는 또한 난민 마을과 기존의 지역 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지도록 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와 정상적인 사회 구조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들 난민들은 마을 공동체와 자치 정부의 허가를 받아 마을에서 일을 할 수도 있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경제적인 자립을 꿈꾸는 일도 가능해졌다.
난민 마을들의 비전은 "희망이 존재하는 순수한 공동체 창조"라고 레이는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직업 훈련이 필수적이다. 레이 가족이 소란에 지은 센터는 이제 난민 마을 아이들을 위한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레이는 "우리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각국 정부들이 이 소규모 난민 마을을 통해 난민을 수용하기 위한 더 나은 모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일에 나서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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