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5일 백주년기념관에서 "헬무트 틸리케의 영성"을 주제로 '제51회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를 가졌다.
독일 종교개혁적 신학자 헬무트 틸리케(Helmut Thielicke, 1906-1986)는 바르트 신학이 놓치고 있는 역사적 세계의 구조적 갈등을 윤리신학으로 접근하고, 틸리히 신학이 놓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강조한 신학자로서 바르트와 틸리히와 더불어 오늘날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준 사상가이다.
안계정 박사(평택나눔교회)는 발표를 통해 틸리케의 특징 세 가지, 말씀의 영성(Spirituality of the Word)과 소통의 영성(Spirituality of communication), 고난의 영성(Spirituality of Suffering)을 설명했다.
'말씀의 영성'과 관련, 안 박사는 먼저 틸리케를 "20세기의 스펄전"이라 소개했다. 기독교 신앙에 흥미를 잃고 교회를 떠났던 많은 사람들이 틸리케의 설교를 통해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바르트의 교회교의학을 읽고 혹은 트만의 설교를 듣고 예수를 믿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회심했다는 말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틸리케의 설교는 '기다리는 아버지'인데, 1978년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판된 이 설교를 읽고 은혜와 충격을 받을 분들을 지금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소통의 영성'과 관련, 안 박사는 틸리케를 "대중 속으로 들어간 신학자"라고 표현하고, "틸리케는 라디오나 티브이, 또는 쉬운 에세이 같은 출판물을 통해 기독교신앙에서 멀어진 동시대인들과 소통했고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다"면서 한국교회가 이런 모습을 닮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 '고난의 영성'. 안 박사는 "지난 세기 두 차례의 참혹한 세계 대전과 그 가운데 일어난 전대미문의 대량살상과 인종 학살, 이어지는 동서냉전의 극한 대립과 핵전쟁의 공포가 인류를 엄습했다"고 말하고, "흥미로운 것은 틸리케가 이 시대의 파고에 정면으로 맞섰다는 점"이라며 "거기서 그는 많은 고난을 당해야 했다"고 했다.
안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틸리케에게 나치와 볼셰비키는 틸리케가 싸워야했던 ‘무저갱에서 나온 짐승’이었다. 그것은 어떤 이데올로기의 문제, 즉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양심의 문제였다. 틸리케는 이 가운데서 인권과 양심의 길을 선택했고, 그것은 때로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힘겨운 고난의 길이었다.
더불어 안 박사는 "소련을 지지하면 진보이고, 미국을 지지하면 보수라는 단세포적 발상은 틸리케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미국이 전후 서독에서 점령군으로서 ‘갑질’을 했을 때 틸리케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안 박사는 "지난 세기 우리에게 칼 바르트만이 아니라 헬무트 틸리케가 있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매우 큰 축복"이라 말하고, "바르트는 자유주의 신학에 의해 인간학으로 강등될 뻔했던 신학을 어쨌건 구해냈지만, 틸리케는 성령으로 충만한 한 신학자가 죽어가는 교회에 어떻게 다시 영적인 생명과 활기를 불어넣는지를 보여준다"면서 "그 덕분에 우리는 독일교회의 영적인 부흥을 보며 하나님을 떠난 유럽이 다시 창조주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강력한 희망을 갖게 된다"고 했다. 더불어 "이는 우리 한국교회에도 아주 의미 있는 도전"이라 덧붙였다.
한편 행사에서는 장호광 교수(안양대)와 이관표 교수(연세대 연신원)가 논평자로 수고했다. 개회사는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기독교대학원 설립원장)가 전했고, 설교는 여주봉 목사(포도나무교회)가 전했다. 기독교학술원은 오는 3월 4일 오전 7시 과천소망교회에서 "북한 인권과 독일교회 사례"를 주제로 '제52회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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