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지민호 기자] 딸의 병을 근심하다 과속을 한 운전자에게 딱지 대신 기도를 해준 미국 경찰관이 화제다.
인디애나주의 경찰관 토드 더닐(Todd Durnil)은 지난 4일 과속을 하고 있는 한 트럭 운전자를 발견했다고 한다. 트럭 운전자인 로드니 깁슨(Rodney Gibson·60)은 당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인디애나주 남부의 블루밍턴(Bloomington)에서 자신도 모르게 과속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깁슨을 추격한 뒤 길 가에 세운 더닐 경관은, 운전자인 깁슨이 매우 흥분해 있고 불안해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또 기분이 매우 나빠보이고 화가 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경찰에게 잡혀서 딱지를 끊어야 한다는 이유만이 아닌, 뭔가 다른 사연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깁슨은 더닐 경관에게 "운전하는 동안 잠시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었다"고 말했고, 더닐 경관은 깁슨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내려다 깁슨의 차에 있는 차광판에 엔젤핀(angel pin)이 끼어져 있는 것을 봤다. 그 엔젤핀은 자신의 순찰차에도 있는 것이었다. 더닐 경관이 차광판에 있는 엔젤핀은 가리키면서 말을 건네자, 깁슨은 눈물을 흘리면서 이 핀은 딸이 자신에게 준 것이라며 "자신의 안전운전을 돕기 위해서 주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깁슨은 "딸이 최근에 지난 6년간 투병해 왔던 유방암이 전이 되어, 이전보다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고백했고, "화학 요법 치료가 더 이상 먹히지 않아 완치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더 이상 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깁슨은 딸이 암과의 싸움에서 지고 이제는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마음에 큰 충격을 받았고, 자신도 모르게 과속을 했던 것이다.
자신의 순찰차로 돌아오면서 기독교인이었던 더닐 경관은 깁슨이 정말 기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자신의 가족과 교회에도 깁슨을 위해 기도해주도록 요청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깁슨에게 딱지를 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물론이다. 이어 자신의 순찰차에서 깁슨의 트럭으로 돌아가면서 더닐 경관은 깁슨에게 딸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깁슨에게 다시 돌아온 더닐 경관은 티켓을 끊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깁슨은 더닐 경관에게 자신이 과속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더닐 경관은 깁슨에게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깁슨은 더닐 경관에게 "어떻게 기도하는지 안다면 기도해줄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깁슨은 자신의 말이 사실은 약간은 비꼬는 투의 말이었다고 고백했다. 왜냐하면 평소에 경찰관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경찰관이 다른 사람을 위해, 그것도 과속하다 걸린 자신과 같은 사람을 위해 기도해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닐 경관은 기꺼이 그를 위해 기도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같이 기도하자고 제안하려 했던 참이었다. "나는 그에게 기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까지 할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나에게 기도를 요청해왔다."
더닐 경관은 깁슨의 우측으로 가서 모자를 벗고 무릎을 꿇고 손을 잡고 함께 기도했다. 경관과 트럭 운전사의 눈에는 모두 눈물이 고였다.
"경관이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고, 내 딸과 내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었습니다. 그 때 전신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나는 물론, 내 가족은 이 순간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겁니다. 경찰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경찰이 저에게 해준 일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내가 가지고 있던 많은 마음의 짐들을 내려놓게 도와줬습니다. 힘든 하루였는데, 그것을 길에서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깁슨은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더닐 경관이 자신에게 베풀었던 호의에 대해 알렸다. 더닐 경관도 깁슨이 경찰서에 전화를 건 것을 알게 됐다. 깁슨이 일하는 회사에서도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고, 앞으로도 서로 연락할 수 있도록 깁슨의 전화번호를 더닐 경관에게 알려줬다. 더불어 이 사실은 美 언론에 알려지며 큰 화제가 됐다.
한편 더닐 경관의 사례는 좋은 일이지만, 일반적인 경찰관의 기도에 대해 일부 무신론자들이 정교분리 위반이라며 비판을 가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무신론자 단체 '종교로부터의 자유재단'(Freedom From Religion Foundation)은 지난해 12월 테네시주의 존슨 시티에 서한을 보내 산하 경찰국에서 지역 사회에 경찰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것을 요청하는 기도 요청 프로그램 '어답터캅(Adopt a Cop)'을 종료하라고 위협했다.
FFRF의 변호사인 앤드류 시델(Andrew Seidel)은 "존슨 시 경찰국에서 이러한 종교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경찰관들을 보호하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적"이라면서 "비효과적인 기독교 프로그램을 위해 부서의 자원을 늘리지 말고 경찰관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차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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