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회장 한상화)가 지난 14일 백석대에서 '제31차 정기논문발표회'를 개최한 가운데, 이관표 박사(연세대)가 "한국기독교의 정치참여와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비움: 발터 벤야민과 하워드 요더에 관련하여"란 제목으로 기독교의 정치권력화를 비판해 관심을 모았다.
이관표 박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셨던 자기 비움의 모습은 기득권 세력의 잘못을 비판하되 결코 세속적 정치권력을 획득하지 않는 것"이라 말하고, "어떠한 핍박이 와도 결코 기득권 혹은 권력의 정의롭지 못한 횡포에는 침묵하지 않으면서도, 혹시라도 비판을 통해 세속권력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 그것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한국 기독교가 현대에 직면하고 있는 사회-정치적 비판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핵심적 태도"라고 했다.
우선 이 박사는 세속권력의 도덕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정당성을 부여하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그 세속권력을 직접 획득했던 극우파 기독교의 모습을 살펴봤다. 그는 "6.25 전쟁 당시 북한의 살육을 경험한 이후 미국에 충성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어떤 권력적 욕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한계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점"이라 말했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만약 우파 기독교가 스스로를 기독교인으로서 생각했다면, 그들이 보여줬던 욕심과 부정의에 대한 침묵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한국 기독교가 단지 정치적으로 우파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 박사는 "민중신학은 소위 말하는 좌파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세속권력 및 기득권 세력의 부정의에 저항했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고, " 그러나 이것은 신학적인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항상 좋은 모습만을 유지했던 것은 아니"라면서 " 특별히 민중신학이 상황신학으로서의 한계 때문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쇠퇴의 길은 민중신학의 주역들을 정치세력으로 탈바꿈시켰으며, 결국 그들을 권력획득의 욕망이 가득한 정계로 진출시켰다"고 했다. 최소한 민중과 함께 고난을 당하겠다고 자임했던 세력들이 다시금 민중 위에 군림하는 기득권 정치세력이 되어 호의호식하는 모습은 결단코 신학과 교회가 지향해야 하는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박사는 "우리가 따라야 하는 것은 신적 폭력이자 신적 권력으로서의 자기 비움, 즉 예수 그리스도의 신적 비움(포기, 순종 등)"이라 했다. 이것은 모든 형이상학적-이데올로기적인 정치와 윤리를 넘어서는 것으로, 그는 "세상의 정치와 윤리는 절대화될 경우 항상 폭력의 순환 및 억압-피억압의 관계를 발생시키는 반면, 세상의 정치와 윤리의 절대화를 거절하고 비우기를 요구하는 예수는 상황적 한계를 넘어, 모든 폭력의 순환을 멈추고 모든 자들 사이의 사랑의 관계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예수의 비움은 세상의 부정의에 대해 결코 침묵하지 않고 저항하며, 혹시라도 거기로부터 파생되는 그 어떤 고난도 직접 수용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 한다"고 말한 이 박사는 "정치적 권력 포기 등 비움의 요구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예수쟁이들의 의무"라고 했다. 또 그는 "하나님은 바로 정의롭지 못한 세속권력에 침묵하기를 원치 않으시는 분이시며, 또한 그 세속권력의 획득도 미워하시는 분"이라며 "오직 야훼 하나님만 섬길 것"을 요구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헬무트 틸리케의 신학사상"(김영한) "칼빈의 유럽대륙 후예들의 성육신 이해"(권호덕) 등의 주제로 기조강연이 이뤄졌으며, "존 웨슬리의 이단 관용정신"(최덕성) "칼빈의 우상숭배 이해"(이신열) "일립 강태국 박사의 신론"(박태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원: 기롤라모 짱키우스의 신학에서 기독론의 역할"(김지훈) 등의 발제가 이뤄졌다. 행사 전 회장 한상화 박사(아신대)의 사회로 진행된 예배에서는 김진섭 박사(백석신학교 학장)가 설교를 맡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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