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1시간쯤 달려가 다보면 '테오티우아칸' 이라는 거대한 유적지가 있습니다. 자동차 도로로 치면 6차선쯤 됨직한 직선형태의 넓직한 길을 중심으로 양 옆에 돌로 만든 각종 건물들, 그리고 '태양의 신전'과 '달의 신전'이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두개의 피라미드가 위치해 있습니다. 이 피라 미드 중 '태양의 신전' 은 지구상에 현존하는 피라미드 중 세번째로 높은 것이라고 합니다. 대충 눈짐작으로만 보더 라도 높이는 70미터(230피트)는 충분히 됨직해 보입니 다. 오늘날의 건물로 보자면 25층정도 높이로 볼 수 있습니다. 건물 고고학자들은 이 도시가 언제 세워졌는지는 정확히 가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원전 4, 5세기 경쯤에 이 도시는 전성기를 누렸을 것이며, 전성기 당시, 이 도시의 거주 인구를 약1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기원전 4, 5세기경 인구 10만명의 도시라면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가 분명했을 것입니다. 오늘날의 인구 비례로 환산 한다면 최소한 1,500만 명 이상은 거주 했던 도시일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스테리는 당시 이 도시에 살고 있었던 10만 명이 어느날 도시를 텅 비우고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도시는 남아있지만, 그 도시에 살던 주민들은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어 버린 것입니다.
'테오티우아칸'의 중심 거리를 걸어가며 번창했던 당시를 회상해 보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 거리며 바쁘게 살아갔을 모습들을... 제가 걷고 있던 그 길을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걸어갔을 것 입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 가축을 기르던 사람들, 물건을 만들던 사람들, 도시를 지키기 위해 무기 를 들었을 사람들, 도시 곳곳을 장식했던 아름다운 조각품들을 만들었을 사람들... 수많은 사람 들의 삶의 현장이었을 당시의 모습들을 말입니다. 그런데 그 도시를 세우고 그 도시를 가꾸어가던 사람 들이 어느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 거대 도시를 비워버린 것입니다. 사람이 떠나고난 텅빈 도시는 왜 사람들이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는가에 대한 추론만 가득할 뿐입니다. 하늘 높이 사람이 떠나 버린 허전함을 노래하듯 한마리 콘돌이 날개짓을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테오티우아칸'에서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도시는 유적지화 되었지만 사람이 사라져 버린 도시는 을 씨년스러울 뿐이었습니다. 건물들의 위용은 남아있지만 건물의 목적은 모호했습니다. 각종 장식물들 은 그 아름다움을 여전히 드러내고 있지만 그 뜻은 난해하기만 합니다. 남아있어야 할 것이 남아있지 않기에 그 도시에 대해 후대의 사람들은 '미스테리'란 단어를 부여했습니다. 사람이 제외된 거대한 유적지는 '신비'가 키워드입니다. 좋게 들려서 '신비'지 사실 표현은 '이상하다'입니다. 정말 이상한 도시입니다. "남아야 할 존재는 사람인데 그 많은 수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 이상하 다"라는 것이 '미스테리'라는 단어에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라진 도시는 '이상한 도시'가 됩니다. '난해한 도시'가 됩니다. '테오티우아칸'의 한복판에서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공동체에 사람이 사라지면 남는게 없을 것입니다. 교회는 공동체입니다. 많은 경우 교회하면 십자가 달린 건물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사람이 사라져 버린 교회건물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교회 건물 이 아름답다면 그 속에 사람들이 가득차 있을 때 입니다. 사람들이 교회 건물 속에서 모임의 목적을 이 루며 북적일 때 교회는 빛이 나는 것입니다. 목회자인 저를 '테오티우아칸'의 한복판에 세우신 성령 님의 뜻을 헤아려 봅니다. 남겨야 할 존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제 심령에 각인시키기 위함 이었 습니다. 사람이 사라져 버린 교회, 그리고 목회의 현장, 그곳은 공허함만이 존재할 수 밖에 없을 것입 니다. '사람, 사람, 그리고 사람' 을 생각합니다. 사람을 남기는 목회, 그 목회를 깊이 고민합니다. 진정 한 하나님의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그들을 교회의 유산으로 남기는 목회가 목회의 가치일 것입 니다. '테오티우아칸'은 사람을 남기는 목회를 다시금 생각하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곳이었습니다.
글ㅣ김지성 목사(LA 글로발선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