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 리스트' 메모와 관련해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린 가운데 청와대 전직 비서실장들이 당당하고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13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아직 (검찰로부터) 연락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저는 너무나 결백하기 때문에 당국이 어디가 됐든 진상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 제가 당당하게 협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이어 "저는 사실 언론에 노출을 자제하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너무 황당하고 억울하기 때문에 언론인들의 전화도 받고 성실하게 답변하고 있다"며 "저는 평생 돈 문제에 관해서는 깨끗하게 처신해 왔다고 자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오다 자살한 성 전 회장의 옷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김기춘'이라는 이름 옆에 '10만불 2006. 9. 26 독일 베를린'이라고 적혀 있다.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2006년 9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러 독일을 갈 때 당시 박근혜 의원을 수행했던 김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를 미화로 바꿔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고 말했으며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황당무계한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부인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으로부터 7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된 허 전 실장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수사를 하게 되면 저는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며 "(경선자금을) 받았냐 안받았냐가 제일 큰 쟁점인데 나는 안받았다"고 잘라 말했다.
메모에 금액 없이 이름만 올라 있는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은 통화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성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캠프의 직능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던 허 전 실장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경선자금 7억원을 3~4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줬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전날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문무일 대전지방검찰청장을 팀장으로 하는 일명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꾸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