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새누리당은 27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 적용 범위 확대와 가족 신고 의무 등을 놓고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의총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가있는 이 법안에 대해 법사위에서 최대한 합의를 해달라고 했는데 현재까지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 법을 3월3일 통과시킬지, 어떤 식으로 통과시킬지에 대해 당의 방침을 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의총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의총에서 발언을 신청한 의원은 모두 11명에 달했지만 시간 관계상 권성동 박민식 정미경 조원진 김용남 함진규 의원 등 6명만 발언했다. 의원들은 법 적용 대상을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으로까지 확대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수정안에 대해 찬반 의견을 팽팽하게 제시했다.
다만 찬성 입장을 보인 의원들도 법안 취지에 찬성할 뿐, 가족·친지들이 법을 어겼을 때 공직자 자신이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데 대해선 부정적 의견을 표했다. 국민 여론을 고려하고 법사위까지 간 상황을 고려할 때 일단 통과시키고 추후에 수정하자는 것이다.
우선 김영란법 수정안 통과에 반대 의견을 표한 권성동 의원은 "이건 가족관계 파괴법이며 행정부 강화법, 내수경제 위축법"이라며 "경찰이 모든 정치인의 정치 활동을 문제삼을 수 있고 그게 가능하게 되는 법"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특히 "국민들 여론이 높다고 해서 통과시키는 것은 국회의원이 할 짓이 아니다"며 "문제가 있다고 뻔히 아는 법안을 포퓰리즘에 의해 무조건 통과시키는 것은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이 아니다. 소신을 갖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남 의원도 "반국가단체활동을 하더라도 가족의 경우에는 신고를 안 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우리나라 형사법 체계다. 그런데 이것은 가족 간 고소고발을 하게 하는 형사법 체계에도 안 맞고 가족 윤리나 가족을 해체시키는 법"이라며 반대했다.
정미경 의원 역시 "사법공화국이 될 위험성이 있다. 모든 것을 검찰로 가져가서 해결하려고 하는 사법공화국, 검찰공화국의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이 법에 따르면 지역 민원사항을 듣고 행정부처에 전달하는 것조차 모든 것이 불법"이라며 "부정청탁 의미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되면 지역구 활동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민식 의원은 "국회의원이나 법조인의 눈만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며 찬성 입장을 표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법 내용이 잘 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원진 의원은 "법사위까지 갔으니 통과시킬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함진규 의원 역시 "여태까지 과정에서 우리 당이 실패한 것"이라며 "이미 넘어간 이상 통과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표한 의원들도) 찬성한다는 게 아니고, 문제의 소지는 있지만 통과시킬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것"이라며 "법이 잘 됐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자 당은 내달 1일 다시 의총을 열어 '끝장토론'을 실시키로 했다. 민현주 원내 대변인은 "찬성 반대가 반반인 듯하다"면서 "일요일 저녁에 모여 끝장 토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초 다음 달 3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여야가 합의했던 김영란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여야 간 이견으로 제동이 걸려 4월 국회로 이월될 가능성이 농후해진 상황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최근 협상에서 김영란법 처리 문제를 법사위에 일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새정치연합은 언론인과 사립 교원도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정무위안'을 당론으로 지지하고 있지만, 같은 당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과 여당 법사위원들은 위헌 가능성을 들어 언론인과 사립 교직원을 제외한 '원안' 회귀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