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교수는 "돈의 하부조직인 예술과 문학으로 예술지상주의적 관점에서 값지고 보람있게 살수 있나? 그것이 오늘날 시대 순진무구한 거짓말이다"고 말했다.   ©오상아 기자

[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총신대학교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10월 2일부터 매주 목요일 진행한 시민인문강좌 마지막 시간이 27일 총신대 제2종합관에서 '니체 예찬, 그 순진무구한 거짓말'을 주제로 한 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 이동영 교수(조직신학)의 강의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니체라는 인물은 독특한 사람이다. 아주 착하고 순진무구하고 영민하고 여린 사람이었지만 이런 그의 기질과 모순되게 야수같고 강인하고 잔인하고 잔혹했던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기인을 넘어선 광인 같은 사람이다"며 "그는 생을 지속적으로  기쁘고 희망차게 긍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예술에서 찾았다. 이런 사람을 '예술지상주의자'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신학부 시절에 15층에 카페가 있는데 거기에 들어가면 피아노가 있고 피아노 위에 사진이 두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사진의 하나는 예수님이고 하나는 니체였다"며 "한국신학생 입장에서 볼때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경이롭고 기이했다. 전혀 다른 경향의 두 사람이 묘한 대조를 이뤄서 여러 생각을 하게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니체'에 대해 말하며 "유럽 철학사에서 가장 반항적인 철학자 1인을 뽑아보라면 니체가 아닌가 한다. 니체는 고대로부터 당대 모든 철학사의 전통을 뒤집어엎어버리고 근원적으로 새로운 생각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규정해보려고 했던 인물이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그리고 니체는 26세때 '비극의 탄생'이라는 명저를 썼다. 칼 막스는 26세때 경제학 철학 초고를, 장로교의 창시자 요한 칼빈은 27세에 기독교강요를 썼다. 어떻게 20대에 이렇게 길이 빛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질문하며 "유럽에서 고등학교 교육 받는 것처럼 우리도 그런 교육 받으면 그런 책 20대에 쓰겠더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는 고등학교때 고대 희랍 시대부터 당대에 이르는 중요한 철학적 인문학적 고전들을 읽고 요약하고 토론하며 자기 견해를 밝히는 공부를 한다. 그러니 대학 가기 전에 희랍 고전, 로마 고전, 계몽주의 이래 모든 철학과 인문학적 고전 등 중요한 고전들과 노작(勞作)들을 섭렵한다. 9살 이 정도때부터 라틴어 희랍어를 배워서 고전들을 섭렵해서 대학을 가니 똑똑한 학생은 20대 중반 되면 큰 사상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다시 '니체'로 돌아가 "'비극의 탄생'에서 니체는 인간의 삶을 세 유형으로 정리한다. '일상적 삶', '실레노스적인 삶', '디오니소스적인 삶' 세 유형이다. 일상적 삶은 일상적인 사회적 가치 체계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다. 일상적 삶에서는 지위와 신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이 일상적인 삶을 잘 살려면 좋은 대학에 가야되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자리 차지하고 좋은 혼처 만나 결혼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부와 권력 얻게 됐을때 만족하느냐, 정상으로 올라가면 공허해진다. 다 이루고나니 그게 다가 아니구나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른 가치를 좇아서 살아가려고 한다"고 말하며 '실레노스적인 삶'에 관하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실레노스'라는 신은 '비극의 탄생'에 나오는데 활력의 신, 유흥의 신, 축제의 신이다. 그런데 어느날 미다스라는 희랍 왕이 숲속 산책을 나갔다가 늙은실레노스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본다. 미다스는 권력과 부를 장악한 상징적인 인물인데, 그는 자고 있는 실레노스의 포스를 보고 자기 궁궐에 실어서 데리고 온다. 몇일 자다가 일어난 실레노스에게 '인생에 있어서 최선이 무엇이요?' 물어보니 대답을 안하는 것이다. 그래서 왕이 기분이 나빠 다시 물어보니 실레노스가 '당신은 나에게 물어보지 않아야 될 것을 물어봤소'라고 답하고는 '인생에 있어서 최선은 죽는 것이요. 아니 태어나지 않는 것이요'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대답은 이미 태어난 미다스한테는 도움이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다스가 '차선은 무엇이요?' 물었다. 미다스가 끈길기다. 진리를 갈구하려면 이런 끈질김이 있어야 한다"며 "실레노스는 '차선은 죽는것이요'라고 말했다. 니체는 권력과 부에 질려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인생이 무엇인지 근원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중요한 지혜가 '실레노스적 지혜'라고 보았다. 그런데 사람이 죽는다는 것만 인식하고 살면 힘들다. 죽는 순간까지 인간이란 존재가 값지고 보람있게 살아야하고, 인간이 죽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니 '실레노스적인 지혜'로는 살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예술의 지혜, 문학의 지혜인 '디오니소스적 지혜'라고 니체는 보았다. 그는 음악, 문학 등 예술에 관심을 갖고 살때 죽는 순간까지 값진 인생의 가치를 찾고 살 수 있다고 했다. 이것에 대해서 오늘날 많은 사상가들이 무조건 니체를 예찬하다. 비교적 건전하니까. 그런데 예찬만 할 문제는 아니다"며 "예술의 세계,문학의 세계, 감각의 세계를 탐닉하며 인생을 보람있게 사는 것은 니체의 시대는 가능했다. 예술가나 문학가가 순수하게 작품활동을 하면 귀족들이 그들을 지성인으로 대접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예술, 문학이 돈에 의해 장악됐다. 돈의 하부조직인 예술과 문학으로 예술지상주의적 관점에서 값지고 보람있게 살수 있나? 그것이 오늘날 시대 순진무구한 거짓말이다"고 말했다.

이동영 교수는 "돈과 권력에 의해 장악되지 않는 가치를 가질 때 죽는 순간까지 값지고 보람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며 "그것을 내가 소유한다면 생애가 다하는 순간까지 값지고 보람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하는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해오는 과제를 내겠다"며 강의를 마쳤다.

이 교수는 또한 빈 대학 유학 시절의 힘들었던 시간을 거쳐 네덜란드, 독일에서 유학했던 일을 이야기하며  "어려워도 재밌으면 이겨낼 수 있지만 쉬워도 재미 없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그 힘들었던 시간을 견딜수 있었던 이유는 그래도 신학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며 시종 웃음이 끊어지지 않게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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