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 (A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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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최근 고(故) 스티브 잡스에 이어 CEO 자리에 오른 지 100일을 넘기면서 월가와 업계 일각에서 그에 대한 평가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첫 번째 시험도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쿡은 8월24일 공식적으로 CEO자리에 오른 후 지난 2일로 재임 100일을 맞았다. 그동안 월가와 애플 팬보이들은 일제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가치 있는 정보기술(IT) 업체의 수장자리에 오른 그를 주목해왔다.
쿡은 잡스가 사망하기 전날인 10월 5일 이뤄진 아이폰4S 발표회장에서 "지난 14년간 애플에서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은 특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회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팀 쿡이 주도한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언론과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발표회에 참석했던 보스턴 소재 시장조사업체인 CCS인사이트의 존 잭슨은 CNN에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스티브 잡스 식의 발표는 없었다"며 "앞으로도 잡스식 행사는 보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쿡은 이처럼 항상 전임자인 잡스와 비교되면서 투자자들과 업계에 자신이 제대로 된 후계자임을 보여줘야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실제로 재임 후 첫 분기의 실적은 최근 몇년 만에 처음으로 월가의 기대치를 밑돌아 애널리스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동안 압도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태블릿PC시장에도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가 아이패드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놓은 상황이다.
애플의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 (A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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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임 100일째를 맞은 지난 2일에는 본사 인근에 있는 새너제이 소재 캘리포니아 북부지구 연방법원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판매금지 가처분소송이 기각되면서 삼성전자와 벌이는 특허전쟁에서 승기를 빼앗겼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지난 분기 실적 부진은 분기 종료 직후인 지난 10월에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늦췄기 때문으로 분석됐고 실제로 아이폰4S는 발표 자체는 큰 찬사를 받지 못했지만 출시 직후 돌풍을 일으키며 사흘만에 400만대가 팔려나가기도 했다.
아이패드의 경우는 비록 성장률은 둔화됐지만 여전히 시장 점유율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삼성전자와의 싸움도 아직 초반전을 막 넘어선 상황이어서 아직 그의 공과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는 게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팀 쿡은 컴팩컴퓨터에서 일하던 98년, 애플의 내부 관리를 위해 잡스에 의해 스카우트된 이후 항상 침착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치고, 회의장에서는 조정자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임자인 잡스는 이와 달리 직접 제품개발에 관여하고 향후 소비자들의 취향과 그에 따른 시장동향을 감지해내는 천부적인 재주를 가졌다. 월터 아이작슨의 전기 '스티브 잡스'에서 잡스는 쿡에 대해 "생산적인 인물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잡스가 최소한 몇년간 애플이 개발해야할 제품 리스트를 남겼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2013년8월 이후 그의 마법의 손이 사라질 것이라고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킹이 말했다.
쿡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에일에서 그의 지도체제하에서는 애플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잡스 시대에는 없었던 사내 자선프로그램을 도입해 눈길을 끄는 등 조용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애플에 접목하고 있어 향후 애플이 경쟁자들의 강력한 도전에 맞서면서 어떻게 변화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