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역 목표가 ‘지성과 신앙을 겸비한 창조적인 사명인 양성’입니다. 50년 동안 하나님께서 여러 모로 쓰신 것에 감사하고, 교회는 은퇴하지만 CMI에서 국제관계나 후배들 위해 계속 일할 예정입니다. 학생 사역자들과 스탭들도 길러야 합니다.”

최근 명륜선교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하며 제2기 사역을 시작하는 CMI 국제대표 김요한 목사는 1인당 GDP가 65달러에 불과했던 1960-70년대 전국을 돌며 캠퍼스 선교운동에 앞장섰고, 1980년대에는 선교·청년 관련 연합사역에 헌신했다. 50년간 캠퍼스 선교에 헌신하면서도 40년간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많은 학문적 업적도 이뤄냈다. 그는 축적된 자료와 노하우를 50권의 책으로 편찬할 예정이다.

-옛날 얘기 좀 들려주세요.

 

▲김요한 목사는 “1960-70년대 대전 대구 전주 광주 제주 각 지역에 가서 캠퍼스를 개척했고, 서울에서도 고대 서울대 성균관대 등을 개척했다”고 말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경제적으로는 많이 열악했고, 참 어려웠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대학 사역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목회자들은 교회를 이뤄가는 게 있는데, 우린 황무지를 개척하는 것 같았지요. 개척정신 없이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생활도 힘들어서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는 생활이 반복됐어요.

당시 누비던 캠퍼스만 전국을 걸쳐 60-70곳이 됩니다. 그때는 젊을 때니까, 나라의 희망이 대학생 선교운동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물론 하나님 은혜였지만, 곳곳을 다니면서 복음을 심고 비전을 심고 꿈을 갖도록 하는게 큰 보람이었습니다.

대학생 선교운동은 대학의 심장이자 국가의 심장이라 늘 말합니다. 대학생들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공부하느냐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영적 각성운동의 모판이 돼 왔죠. 하나님은 교회를 새롭게 하실 때 캠퍼스 부흥운동을 사용하셨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때와 달리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경제적 어려움은 있었지만, 순수해서 전도가 많이 됐어요. 10명에게 전도하면 3-5명은 따라왔지만, 지금은 100명에게 전도해도 1-2명 올까 말깝니다. 학생들이 대학 생활의 본질과 목표를 모른 채, 취직에만 매달립니다.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먼저 포스트모더니즘 영향이 굉장히 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개인주의와 상대주의에요. 절대 가치가 무너져버렸습니다. 개인주의는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주의로 전락할 수 있거든요. 모든 걸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생각하는 거보단 그냥 느끼는 걸 좋아합니다. 쉽게 말하면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만 쫓아가는… 소비 성향도 심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세속화입니다. 세속화는 결국 도덕적·정신적·영적 타락을 가져오죠. 그래서 학생들이 물질주의·쾌락주의·퇴폐주의에 빠졌어요. 옛날에는 대학에서 축제를 하면 그래도 운치가 있었는데 요새는 그냥 막걸리 파티, 보통 심각한 게 아닙니다. 결국 가치관이 인간과 그 삶을 지배하는데, 세속화는 공룡이 돼 사람을 잡아먹죠. 과거에는 교회에 진리가 있고 민족주의 사명이 있어서 영향력을 끼쳐왔는데 지금은 교회가 세속의 영향력을 받고 있지 않나요. 복음적 신앙의 본질보다 시대에 편승해 물질적 풍요 속에서 ‘꼭 그렇게 고생하면서 힘들게 사명을 감당할 필요가 있나’고 합니다. 십자가를 안 가르치고 권징도 하지 않는데, 이를 살려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생 복음운동이 중요합니다. 이를 살리지 못하면 한국교회도 고령화돼 미국·유럽 교회처럼 되기 쉬워요. 교회가 세속화되면서 한국도 젊은이들이 다 떠나고 있습니다. 한 교회에서 청년 1명씩에게만 투자하고 관심을 기울여도 5만명을 키울 수 있는데, 관심이 적어요.”

-해결책은 있을까요.

▲김요한 목사는 “한국교회는 이상하게 잘 잊어버리는데, 세계 선교사(史)에서는 지난 1995년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GCOWE의 대학생 연합운동을 굉장히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며 “이 대회 영향을 받아 미국에서 패션운동이 일어난 것”이라고 회고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대학생들에게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과 진리가 담긴 성경을 잘 심어서, 이를 기초로 시대의 사명을 깨닫게 하고 성령의 도우심 가운데 비전을 붙들고 살도록 돕는 길 뿐입니다. 세속화에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세속화는 극복 대상이에요. 1970-80년대 대학 내에 운동권이 활발했을 때는 우리도 동시에 깨어 있었습니다. 긴장 관계에 있었으니까요. 운동권이 캠퍼스를 휩쓸 때, 우리도 대학생들이 새벽기도하고 전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화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운동권이 거의 소멸되니 캠퍼스 선교운동도 침체하고 있어요. 비전과 투쟁 대상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죠.

한국교회 자체는 많이 부흥했는데, 좀더 대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합니다. 대형교회들은 자체적으로 청년·대학생들이 몇천 명씩 되니 캠퍼스에 관심이 없어요. 사실 교회 청년부가 캠퍼스를 변화시키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선교단체는 작아도 대학에서 목소리를 내는데, 이게 대학생 선교운동의 역사적인 특징이죠. 교회나 교파에 제한되면 한계가 있어요. 양적 부흥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역사를 만들어가는 창조적인 ‘영적 소수’가 필요하죠.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는 겁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과거에 아무리 잘했어도 낡고 형식적이고 타락했다면 생명력을 잃은 것입니다. 트랜스폼(transform)이 필요해요. 그런 의미에서 학생 복음운동이 바로 각성운동이라 할 수 있죠. 학생선교운동의 슬로건, 3대 요소가 바로 제자 양성과 사명, 비전이 아닌가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두 가지에 역점을 둘 생각이에요. 제자 양성과 사역자 양성입니다. 그리고 10여년 전 개혁 과정에서 캠퍼스 사역이나 선교지 교회 개척 등은 잘 마무리됐는데, 선교사들에 대한 관리가 되지 않았어요. 오래 선교지에 머물면서 힘들어진 사람도 있어서 재충전과 재교육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그동안 저술하고 연구한 것들을 문서선교 차원에서 내놓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50권 정도를 펴내려 해요. 대학에서 강의한 것들, 성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 이건 단체에 국한하지 않고 보편적으로 쓸 생각입니다. 50년간 하나님께서 주신 연구와 현장사역 체험들을 발표하는 것입니다

▲김요한 목사의 저서 <21세기 희망, 대학생 선교운동>.

은퇴와 함께 김요한 목사가 펴낸 <21세기 희망, 대학생 선교운동>은 대학생 선교운동의 본질과 역사적 가치를 탐구하고, 독일과 영국, 미국에서 진행됐던 역사적 대학생 선교운동을 돌아보면서, 결론에서 한국 대학생 선교운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고 있다. 김 목사는 “우리 민족이 세계사에 가장 영향력 있는 민족이 되는 유일한 길은 바로 대학 내에 학생복음운동을 활성화하는 것과, 이 민족과 교회가 세계의 제사장 나라가 되어 세계복음화를 감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한국 대학생 복음운동 7대 정신을 제시하는데, 이는 개척(Pioneer) 정신, 도전과 정복(Challenge) 정신, 자립(Self-Support) 정신, 주는(Giving) 정신과 선교(Mission) 정신, 섬김의(Servant) 정신, 희생(Sacrifice) 정신, 창조(Creative) 정신이다. 대학생에게 심어야 할 5가지 신앙은 말씀 중심, 예수 그리스도 중심, 십자가와 부활, 제자, 선교 신앙이고, 선교지향적 소그룹과 교제 활성화, 리더십 확립과 선교지도자 양성, 단기선교 활성화, 인생의 본질과 목적 제시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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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I #김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