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45)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더 맡기기로 결정했다.
허정무(59) 축구협회 부회장은 3일 오전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상황이 홍명보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마감되는 것은 옳지 않아 홍 감독을 계속 신임하기로 했다. 홍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아시안컵까지 맡아줄 것을 설득하고 만류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2패를 기록, 1998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만에 무승으로 대회를 마치는 부진한 성적으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6월 부임한 홍 감독의 계약 만료는 내년 6월까지다. 이에따라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이 사실상 임기 내 마지막 주요 대회다.
◇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 발표 내용은.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떠났던 대표팀이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서 머리 숙여 깊게 사과드린다. 현재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에게 쏟아지는 질책을 달게 받겠다. 겸허히 수용하고,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 다만 이 상황이 홍명보 감독의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장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홍 감독에게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아 계속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월드컵 예선 마지막 벨기에전이 끝나고 홍 감독이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귀국 후 정몽규 회장과 홍 감독의 면담도 있었다. 그 자리에서 재차 월드컵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정 회장이 협회 집행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사퇴를 만류했다.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준비하기에 부족했던 1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협회의 책임이 더 크다는 걸 알았다. 사퇴가 능사는 아니다.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어주길 당부하며 설득했다. 홍 감독이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한국 축구에 남긴 발자국과 우리에게 선사했던 기쁨과 희망을 잘 알 것이다. 비록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목표로 했던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실패를 교훈 삼아서 아시안컵에서 잘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나를 포함한 모든 협회 임직원은 기대가 컸던 이번 월드컵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에 공감하고, 책임을 느낀다. 비난과 질책을 마음에 새기고 한국 축구가 진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축구협회에서 자리를 걸고 책임지는 사람은 있나.
"지금 당장 대표팀 감독이 물러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앞으로 더 잘 될 수 있도록 더 지켜봐줬으면 감사하겠다.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끝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분석하고 있고, 보고하도록 했다. 면밀하게 분석하고, 거기에 대한 대책과 개선방안을 찾겠다."
- 실패의 이유에 대한 분석한다고 했는데. 발표 후에 분석한다는 것이 순서가 뒤바뀐 것 아닌가.
"단기적으로, 중장기적으로 플랜을 세우고 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의 거취가)우선 돼야 하는 것은 국민들이나 언론이나 팬들 모두의 가장 우선시되는 게 여론화됐고, 홍 감독의 거취 문제 때문에 궁금해 했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정리해야 한다고 봐서 오늘 기자회견을 열었다. 향후 여러 가지 대책에 대해선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계속해서 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 프로팀을 지휘한 경험도 없는 홍 감독이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문제 없었나.
"우리가 생각해 볼 게 홍 감독과 여러 분이 있다. 한국 축구를 짊어지고 가야 할 분들이 많이 있다. 우리 역사상 올림픽에 나가서 동메달을 딴 감독은 없었다. 나도 2002시드니올림픽에 가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홍 감독은 청소년대회,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나는 여러 경험을 했지만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비록 월드컵에서 실패했다고 하지만 져본 사람이 승리할 줄 안다고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 것을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겸허히 수용한다면 앞으로 더욱더 발전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홍 감독이 사퇴를 철회한 게 확실한가.
"처음에는 본인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 의사를 완강하게 밝혔지만 면담으로 설득한 끝에 앞으로 더욱 한국 축구를 위해 책임감을 갖고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협회에서는 누가 책임을 지나.
"누가 책임을 진다기 보다 아직 정확한 분석이 나오지 않았다. 나도 책임을 통감한다. 단장이라는 직책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무엇이 최선인지를 따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지웠다. 그러면서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데 책임을 질 것은 분명히 해야 하지만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책임지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 이번 월드컵의 실패 원인을 듣고 싶다.
"단장으로 가서 많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홍 감독도 준비하는 기간이 비교적 짧았고, 모든 면에서 미흡한 점도 많았다. 준비 상태도 부족했다. 경기력에 대해선 미흡한 점이 많았다. 반성하고 있다."
- 조광래 전 감독 경질 이유로 스폰서 외압이라는 말도 나왔는데. 이번에도 영향이 있나.
"현 집행부의 전 상황이라서 솔직히 어떤 특수한 상황인지 모르겠다. 거기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 홍 감독 유임설이 나올 때, 대안이 없다는 말이 나왔는데. 대안이 마련될지.
"앞으로 각급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해서 폭넓게 시야를 넓혀서 거기에 대한 대안을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정책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주기 바란다."
- 4년 후, 월드컵을 위해서 플랜을 갖고 있나.
"급박하게 서두르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당장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여자축구 등이다. 중장기적으로 2016리우올림픽, 2018러시아월드컵이 계획에 들어간다. 면밀히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장기적으로 봐선 골든에이지, 유소년 육성 방안 등 한국 실정에 맞게 유소년들을 효과적으로 육성하고, 희망을 갖게 할 수 있을지 봐야 한다. 불행하게 우리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세대인 18~23세 연령의 선수들이 소수를 제외하곤 상당히 발전의 틀이 마련되지 않았다. 경기 경험이든가 개인 기량을 높일 수 있는 게 없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거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려고 한다."
- 월드컵 실패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을 홍 감독에게 묻지 않는다는 것인가.
"감독의 책임이 없다면 누가 책임을 질 수 있느냐고 하는 데 공감을 한다. 전면적으로 검토된 다음에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질 것이다."
- 홍 감독은 어떤 책임을 지는 것인가.
"홍 감독은 이번에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반성을 하고, 실패에 대한 원인을 깊게 절감하고 연구한다고 생각한다. 한 번 실패했다고, 전부 물러난다면 그것도 문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실패를 거울삼아 한국 축구를 위해서 큰 교훈이 되고,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