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3일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제정안 심사에 착수했지만 여야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합의는 불발됐다. 여야는 오는 27일 다시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국회에서 '마라톤'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논의를 계속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이 없어도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은 경우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원안을 주장한 반면 새누리당은 직무 연관성이 있는 경우만 형사처벌을 하자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특히 법 적용 범위 확대에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회의 도중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대가성 없이 금품 수수할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김영란법 원안 그대로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가 모두 끝난 뒤 김기식 의원은 "오전 내내 이야기해서 의견이 접근됐다고 생각했는데 오후에 여당에서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김영란법 원안대로 가자는 입장이고 새누리당은 거기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합의가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원안 통과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반대하는데 반대하는 논거들이 의원들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도 "부정청탁의 경우, 부정청탁이 뭔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지금 허술하기 짝이 없다. 부정청탁의 무엇인지 개념과 행위 유형이 필요하다"며 "이해충돌방지도 지금 엉망이다. 원칙대로 하면 국무총리의 형은 취직도 못 한다. 이렇게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법 적용을 130만명 전체한테 해야 하는지가 고민"이라며 "명확한 것은 좋다. 공직자들한테는 하자. 그렇지만 130만명은 엄두가 안 난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이 또 이견을 보인 부분은 100만원 이하 금품 수수에 대한 과태료 부과와 관련한 부분으로 보인다.

김기식 의원은 "과태료 부분이 복잡하다"며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표했다. 김용태 의원도 "과태료 부과 등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속적 쟁점이 됐던 법 적용 범위에 대해서도 합의되지 않았다. 회의 도중 법의 대상을 국·공립학교뿐 아니라 사립학교 교원들로, KBS·EBS 등 공영방송뿐 아니라 전체 언론사 기자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와 관련해 김기식 의원은 "만약 이 법이 취지하는 바대로 가면 국·공립은 되면서 사립은 안 된다, 이런 것은 안 되고 특정 언론은 되고 특정 언론은 안 된다는 것도 안 되기 때문에 일관성에서 보면 사립학교, 언론기관 모두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용태 의원은 "논리적 귀결성에서 공적기능 수행이면 언론도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동 방지법'제정안(김영란법)을 심사하기 위한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 소회의실에서 김용태 소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2014.05.23.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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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