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만 박사가 9일 서울신학대학교 개교100주년 기념 제4기 영성과 신학강좌에 초청돼, 강의를 했다.   ©이동윤 기자

세계적인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박사(독일 튀빙겐대학교 석좌교수)가 "사회적 정의는 사회적 삶의 성화"라며 "현대 유럽의 사회국가는 나중에 얻게 된 칼뱅주의적 윤리의 열매이지, '인간이 인간의 이리'가 되고 각자가 자기 자신에게 이웃이 되는 '맹수자본주의'의 열매가 아니"라고 밝혔다.

최근 방한한 몰트만 박사는 9일 서울신학대학교 개교100주년 기념 제4기 영성과 신학강좌에 초청돼,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삶의 성화'라는 주제로 강의하며, 인격적 삶·사회적 삶의 성화를 강조했다.

강의하는 몰트만 박사   ©이동윤 기자

몰트만 박사는 이날 강의에서 "자본주의는 칼뱅주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종교개혁 이전 르네상스의 정신에서 나왔다"면서 "칼뱅은 노동에 대해 부자를 통한 빈자의 착취, 자국민을 통한 외국인의 착취, 강자들을 통한 약자들의 착취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몰트만 박사는 사회적 삶의 성화와 함께 '정치적 삶의 성화'도 강조했다. 정치 역시 평화를 통해 성화돼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는 "우리는 북한 사람들이 대포와 미사일을 거두어들이고 군대를 축소시키기를 원한다. 이때 그들이 자녀들이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며 "기독교적 평화의 정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정치적 삶의 성화"라고 밝혔다.

몰트만 박사는 정치적 삶의 성화를 위해 노력함에 있어, 원수에 대한 사랑은 현실정치의 책임윤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수에 대한 사랑은 호의의 은혜를 통해 원수관계를 극복한다"며 "자기의 민족에 대한 책임 뿐만 아니라, 원수의 생명에 대한 책임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믿음과 세례를 통해 '하나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은 폭력과 불의가 다스리는 곳에 평화를 세움으로써, 논쟁의 대상이 된 매우 부패한 정치의 영역을 거룩하게 하는(성화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트만 박사가 강의에 열중하다, 잠시 생각에 잠기는 모습. 노(老)학자의 열정이 느껴진다.   ©이동윤 기자

그는 "정치는 단지 권력에 대한 투쟁이 아니라, 먼저 법과 정의를 위한 투쟁"이라며 "이를 위해 정치인들은 진리를 말해야 하고 서로 신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적대적 관계는 이른바 '신뢰를 형성하는 대책들'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몰트만 박사는 동구권과 서구세계 사이의 냉전으로 얼어붙어 있을 때, 1975년 유럽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유럽의 안전과 협동을 위한 회의'(KSZE)를 '정치적 신뢰 형성'의 유명한 모범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당시 이 회의는 적대관계에 있던 이데올로기적 불신을 해결함으로써 '철의 장막'을 해체할 수 있었다"며 "오늘날 유럽공동체는 헬싱키 회의의 '신뢰를 형성하는 대책들'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또 "정치적 차원에서 우리는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에서 독재정치에서 민주주의로의 성공적 변천을 체험했다"면서 "이것은 정치적 삶 속에 신뢰를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몰트만 박사는 "불신은 불안을 낳고, 불안을 폭력을 낳는다. 신뢰는 자유를 세우며, 평화 안에서의 상생을 이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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