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당 진선미 의원을 비롯하여 민주당, 통진당에 속한 진보성향의 10명의 국회의원들이, 동성간 성행위를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군형법 제96조 2항을 삭제하는 형법개정안을 발의해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동성애는 성적 지향의 문제이지 도덕적인 악이 아니며, 동성애에 대해서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인권침해라는 논리가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에 의해서 공공연하게 주장되고, 이것에 입각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입법화 추진의 배경에, 도덕법은 단지 개인의 사적인 취향의 문제일 뿐, 보편적인 당위가 아니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도덕 상대주의, 다원주의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위험한 논리가 합리성과 윤리의 이름의 가면을 쓰고 공적인 영역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이제 하나님의 도덕적 질서를 위협하는 거대한 세속적 세계관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이 때, 기독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성을 절대화함으로써 인간성을 억압하고 타자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한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 위에 서 있다. 모더니즘이 이성에 대한 신뢰에 근거하여 억압적인 종교적 정치적 권위에 의한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를 가져왔지만, 그 이성이 권력을 장악하여 타자를 억압하는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모더니즘은 이성에 근거하여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질서를 구축하고자 하였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에 근거한 근대 서구문명이 보편적인 질서가 아니라 질서의 이름으로 차별과 억압을 정당화하는 백인중심주의적, 인종차별적, 남성우위의 성차별적 문명의 폭력적 질서라고 비판한다. 이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근대성에 대한 비판은 역사의 진보를 믿어온 계몽주의적인 자만(自慢)에 대한 것으로는 정당성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단지 모더니즘의 제국주의적 성향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보편적인 진리와 정의에 대해서 회의하고 보편적인 진리와 선의 주장 자체를 폭력으로 부정한다. 이들은 "우리가 호소할 수 있는 진리와 선의 규범이나 규준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보면서,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도덕적 규범들은 객관적인 실재의 반영이 아니라 단지 역사적 한계 안에 있는 사회의 주관적 구성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들은 도덕적 규범의 보편성을 주장하는 모더니즘이나 전통주의의 입장을 단지 자신의 권력욕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라 비판하면서, 이것에서의 자유와 새로운 지배를 위한 투쟁을 전개한다. 동성애를 정상적인 성이라고 보면서, 동성애를 비정상이라고 보는 전통주의자들을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오늘의 포스트모더니스트의 시각은 이런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상대적이고 유한한 것이 절대화됨으로써 가져온 폐해는 역사상에 거듭 존재해 온 인종차별주의나 성차별주의에서, 근대 서구의 제국주의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계몽의 변증법』에서 지적했듯이, 오늘의 과학기술문명도 이성을 절대화함으로써 약자를 억압하는 폭력적인 질서가 되었음은 사실이다. 이 점에서 전통주의나 모더니즘에 대한 포스트모더니스트의 비판은 정당성을 지닌다.
포스트모더니즘 안에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윤리적 지향성이 있다. 즉 자신의 입장을 상대화하면서 상대방을 존중하려는 태도이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비판적인 케빈 밴후저는 포스트모더니즘 안에서 "타자성을 존중하고 타자를 나의 사고방식으로 흡수해 버리기를 거부하는" 긍정적인 요소를 발견한다.
그러나 보편적인 도덕규범을 폭력으로 규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관점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도덕적 존재로 보는 기독교적인 관점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다. 아담의 타락으로 인해서 인간은 죄의 노예가 되어 선을 행할 능력을 상실하였지만, C. S. 루이스가 훌륭하게 논증한대로, 도덕적인 규범을 깨뜨릴 때, 인간 안에는 이를 심판하는 양심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도덕적인 실재를 의심하고, 욕망을 거슬러 도덕적인 삶을 지향하는 인간의 자유를 부정하고, 결국 욕망을 자유롭게 풀어주기 위해 도덕을 폐기한다.
그러나 도덕성은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위한 토대이다. 도덕성이 무너지게 되면, 사회와 문화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전통적인 도덕질서를 폭력적이라고 비판하는데, 만일 어떤 도덕적인 객관적 실재도 인정하지 않는 포스트모더니스트의 입장에 충실하다면, 현실의 폭력적인 질서를 비판할 근거도 희미해지게 된다.
폭력적 질서에 대한 비판은 인간성, 양심, 자유, 정의 등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한다. 도덕적인 규범과 질서라는 사회의 토대가 무너지면 권력과 욕망에 근거한 무자비한 투쟁과 폭력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유와 관용과 사랑의 이름으로 포장하여 도덕적인 질서를 폐기하려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은폐된 의도를 드러내고, 성경에 근거하여 도덕적인 질서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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