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한 기독교인 부부가 이슬람을 모독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문맹이기 때문에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들에게 신성모독법을 적용하기 위해서 거짓 혐의를 부과한 것이라고 변호인측은 주장하고 있다.
샤프카트 엠마누엘은 신체장애를 갖고 있으며, 그의 아내 샤루프타 카우사르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식당의 종업원으로 일해 왔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2013년 문자 메시지로 마호메트를 모독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서 지난 주말 파키스탄 토바 텍 싱 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이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가 어떤 내용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변호인측은 또한 계속해서 두 사람이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한다는 점을 들어서 이러한 문자 메시지를 썼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은 이러한 사실을 참작하지 않았다.
현지 가톨릭 지도자인 앨로이셔스 로이 신부는 "우리는 파키스탄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두고 끊임 없이 기도하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교인들 간에는 연대감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교인들의 삶은 힘겨운 고난과 위협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제1계명은 살아남는 것이다"고도 밝혔다.
현재 이들 부부의 네 명의 자녀들은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월드비전(World Vision)의 보호 아래 있다. 이 단체 지역 담당자는 "파키스탄 기독교인 커뮤니티를 위해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더 이상 기독교인들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다"고 우려를 전했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인터내셔널 크리스천 컨선(ICC)의 남아시아 담당자 윌리엄 스타크는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에 이 사건과 관련해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들과 다른 소수 커뮤니티에 대한 박해의 강도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파키스탄의 박해는 세계에서도 가장 극심한 수준에 있다"며, "특히 이 나라의 신성모독법은 이슬람에 대한 가벼운 비판까지도 처벌되어야 할 불법 행위로 몰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크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1986년 신성모독법이 제정된 이래로 수많은 기독교인들과 타 소수종교인들이 이 법에 의해 혐의를 부과 받았으며, 2013년에는 한 해에만 36명이 이 같은 일을 당했다. 스타크는 "이 36명 중 30명이 소수종교인들이었고, 또 그 가운데서 기독교인은 12명이었다.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 인구가 전체의 2%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것이 얼마나 큰 숫자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이나 소수종교인들이 거짓 누명을 쓰는 데는 우선에는 비무슬림에 대한 사회 내 적개심이 자리잡고 있으나, 최근에는 신성모독법 위반자를 적발해내서 실적을 올리려는 당국자들이 많아진 것 역시 하나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스타크는 "파키스탄의 종교적 근본주의가 지속된다면 기독교인들에 대한 탄압은 점차 심화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한편, 파키스탄은 사실상 사형 집행 중단 국가이기에, 이들 부부에 대한 실제 사형 집행은 당분간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