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이스트할렘에서 12일 가스폭발로 무너져 내린 두 건물은 지은지 104년 된 것으로 대부분 가난한 이민자들이 사는 곳이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100년 넘게 서있었지만 사라지는건 잠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무너진 이스트할렘의 빌딩들에 얽힌 사연들을 전했다.

왼쪽의 1644번지 빌딩은 1, 2층을 쓰는 스페인교회가 주인이었고 오른쪽의 1646번지 빌딩은 1층에서 피아노가게(앱솔루트 피아노)를 운영하는 일본 이민자 무라마스 가오루가 주인이었다.

두 건물에 거주하는 세대는 총 15가구였다. 오른쪽 건물 5층에서 10년간 살았던 피아노수리공 유세비오 페레즈(48)는 붕괴 당시 출근해 화를 면했다. 그는 "건물주는 싼값에 집을 내준 좋은 사람이다. 두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방3개짜리 아파트를 쓰는데 나는 한달에 500달러만 냈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주의 전 남편이 운영하는 또다른 피아노가게(베토벤 피아노)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아래층에 사는 남자 3형제도 같은 가게에서 일한다. 만약 집에 있었다면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몸서리쳤다.

옆 건물의 소유주인 스페인교회도 세입자 일부가 교회 식구들이었다. 90년대부터 영어설교를 담당하는 리 피아트-곤잘레즈 부목사가 위층에 살았다. 이 교회는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나 홈리스에게 음식과 임시 숙소를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했다.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은 스페인교회는 이 건물에서만 70년을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 건물은 1910년 아치 형태의 창문과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 뉴욕시 빌딩국에 따르면 지난해 120피트 길이의 가스 파이프 설치공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른쪽의 피아노가게 빌딩은 2008년 건물에 일부 균열이 생겨 빌딩국으로부터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페레즈는 사는 동안 위험하다고 느낀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스트할렘 지역은 1950년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이 몰려오면서 스페니시 할렘으로 불리게 됐다. 90년대엔 멕시코 이민자들이 많이 이주하는 등 히스패닉 주민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이번 폭발사고로 13일 현재 7명이 숨지고 64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은 아직 건물 잔해가 남아 있는 가운데 숫자 미상의 실종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가스 폭발로 발생한 아파트 건물 붕괴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및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4.03.13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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