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과 민주화 실천운동연합 이사장이자 고신대학교 교수인 임창호 목사가 "지금은 폭넓은 시야를 갖고 통일을 구체적으로 준비할 때"임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임창호 목사는 평양 장대현교회의 정신을 계승해 지난 2007년 부산에 장대현교회를 세웠다. 이 교회에는 현재 70여 명의 탈북민들이 출석하고 있으며, 평양 장대현교회가 해방에 기여했던 것처럼 남북통일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임 목사는 지난해 가짜 기독교 단체인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아닌, 탈북민들 중심의 진정한 북한 기독교인들의 대표 단체를 표방하며 만들어진 북한기독교총연합회에서도 탈북자들의 요청으로 대표회장에 취임했다.
"먼저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라"
다들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고,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하는데 한국교회가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국에서 7년째 탈북민교회(장대현교회)를 개척해 이들과 함께 하면서 이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들을 준비하게 됐다.
탈북민들은 한국을 모르고 한국인들은 북한 주민들을 너무 모른다. 그래서 서로 오해가 많다. 북한 주민들은 70여 년간 고립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생활 문화라던지, 언어라던지, 생각 외로 모르는 것이 많다. 특히 한국 말을 잘 모른다.
그래서 먼저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자유민주주의체제와 교회, 신앙의 세계를 설명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탈북민들을 '먼저 온 통일의 연습 상대자'로 생각해야 한다. 막상 북한이 열리면 섞여 살텐데 어떻게 살 것인지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 사람처럼 살라" 이런 식민지적 선교관은 잘못된 것이다. 그들 스스로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고다. 통일은 남북이 함께 이뤄가야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산 최초의 탈북민 지역아동센터를 세우다"
현재 탈북민들을 위해 크게 3가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번째는 '방과후 학교'다. 탈북민 가정의 경우, 부모들이 한국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집에서 아이들 교육을 봐주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돈이 많이 드는 학원을 보내거나 가정교사를 둘 수도 없기 때문에 늘 방치하게 된다.
그래서 탈북민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학교를 세웠다. 25명의 탈북민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면 모두 교회로 온다. 한명한명이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해 준다. 그 수준에 맞춰서 대학생 20명이 매일 돌아가면서 자원봉사로 가르친다. 3개월이 지나면 성적이 쑥쑥 올라간다. 이 아이들을 보면서 그동안 한국교회가 북한선교한다고 먹을 것, 입을 것만 걱정했지, 현실적으로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가르치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성경도 가르치고, 예절, 노래, 학습도 가르치니 너무 좋아한다. 그 아이들 때문에 부모들도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지역아동센터'라고 말하는데, 지난해 12월 12일 부산시 사하구청이 장대현지역아동센터를 등록 허락해 주었다. 부산 시내에서 유일하게 탈북민 아이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가 세워진 것이다. 가만히 생각하니까 이것은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에 맨 파워가 많다. 대학생들도 많고 똑똑한 젊은 청년들도 많다. 신앙도 가르치니까 이 아이들이 통일세대로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영호남 지역 최초의 탈북민 청소년 기숙학교, 3월 3일에 개교"
영호남 지역 최초의 탈북민 청소년 기숙학교인 장대현학교가 3월 3일에 개교한다.
두번째는 탈북 청소년 아이들을 위한 기숙학교(대안학교)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청소년 문제가 심각하다. 사춘기가 되면 성장통이 힘들다. 북한에서 온 아이들은 더 힘들다. 북한에서 곧바로 온 아이들, 중국을 거쳐서 온 아이들, 어렸을 때 한국에 와서 지금 청소년이 된 아이들, 중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 온 아이들, 부모 모두 북한사람인 경우, 엄마는 북한사람인데 아빠는 중국사람인 경우 등등 대부분이 다문화 가정이다. 그래서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마음껏 상담할 수 있는 상대가 집에 없다. 한국에서 자라니 배우는 것은 한국식, 집에 들어가면 북한식 혹은 중국식. 그래서 학교도 따라가기 힘들고, 어떤 아이들은 갱을 만들어 이상하게 나가기도 한다.
탈북민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가 서울에는 있다. 서울과 경기도에 16개나 있다. 그런데 충청도 천안 이남으로는 하나도 없다. 전라도에도 하나도 없다. 이쪽에 사는 사람들은, 탈북해서 한국에 왔는데 서울로 보내면 또 이산가족이 된다. 그런데다가 일반 대안학교나 사립학교를 보내려면 돈이 드니까 못 보낸다. 부산에 76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있는데, 이중 20% 정도는 학교를 겉돌고 있다. 그래서 '이것도 해야되겠다'해서 대안학교를 만들었다. 3월 3일에 개교한다. 영호남 지역 최초의 청소년 탈북민들을 위한 기숙학교다. 풀타임 교사 4명을 뽑았다. 탈북민에 대해 헌신돼 있는 크리스천 교사들이다. 그리고 20명의 현직교사들이 파트타임으로 자원봉사로 가르치기로 했다.
건물은 한 익명의 독지가가 4층짜리 건물을, 한국돈으로 12억 되는 건물을 그냥 줬다. 빌려준 것이 아니라 아예 줬다. 그래서 통일부에 법인 등록을 했다. 4층은 남학생과 남선생님 기숙사, 3층은 여학생과 여선생님 기숙사, 2층은 도서실, 실험실, 컴퓨터실, 교실, 1층은 카페테리아, 음악실, 예배실, 식당, 교무실, 이렇게 완벽하게 마련됐다.
일단은 돈을 빌려서 해놓고 지금 교회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아이들은 등록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한국교회가 북한선교 사역의 일환으로 탈북청소년들의 교육도 담당하게 하기 위함이다. 한국교회는 탈북민 성인들 뿐만 아니라, 마땅히 탈북 청소년들도 믿음으로 교육시켜야 한다. 그래서 이것은 한국교회가 책임져야 한다. 한국 성도들과 교회들이 통일을 준비하는 통일비용으로 써야 한다.
교회들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으면 한다. 구체적인 통일준비를 해야 한다. 어떤 아이는 북한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다니고 탈북했는데, 중국서 헤매다가 한국에 와보니 19살이 되버렸다. 초등학교도 졸업 못한 아이들도 있고, 중학교 마치고 온 아이들도 있다. 이 아이들이 10년, 20년 뒤에는 30대, 40대가 되고 실제적으로 통일한국을 이끌어갈 아이들인데,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복음을 가르치고, 제대로 된 교육으로 눈을 열어주고, 국제화 교육도 하면 하나님께서 통일이 되는 그날에 큰 일꾼이 되게 할 것이다.
먹이고, 입히고(교복, 신발 등), 전액장학금으로 하려면 1명당 교육비가 매월 50만원에서 70만원 정도 든다. 한교회 혹은 두세교회가 후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액장학금을 주어 자부심을 갖고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교회가 책임을 지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통일부가 허락을 했다. 부산시 교육청에서도 너무 좋아하고 앞으로 위탁교육기관으로 선정해주기로 했다. 교과서도 부산시 교육청이 전부 대주기로 했다. 기독교세계관, 성경과목, 정서교육을 위해 필요한 교재들도 만들어야 겠지만, 이렇게 해서 시작한다. 절반 이상이 장대현교회 탈북민 성도들의 자녀들이다. 나머지는 대구 2명, 창원 3명, 구미 1명, 서울 1명 등이다. 20명 정원인데 현재 15명의 입학생이 들어왔다. 모집광고도 안냈는데 입소문으로 15명이 들어왔다. 앞으로 위탁교육기관이 되면 부산시에 있는 탈북민 학생들 가운데 10명 정도가 더 들어올 것이다. 최대 30명까지 기숙학교를 할 생각이다.
"장대현 직업교육원"
세번째는 어른 탈북민을 위한 직업교육원이다. 한국에 온 탈북민들은 하나원에서 3개월 교육을 받고 지역으로 가면 하나센터라는 곳에서 1달 정도 적응 기간을 거친다. 실제적으로 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수준에 맞는 일자리다. 교사, 의사, 노동자 등 다양한 탈북민이 있는데 어떤 회사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아무나 덜렁 보내면 1주일 있다 다시 나온다. 그럼 회사에서는 일도 안하고 금방 나간다고 불평이 생긴다.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일을 시키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9년 동안 전문적으로 탈북민들만 교육시켰던 분을 통해 직업교육원을 세우기로 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박사과정까지 졸업하신 탈북민이신데 이 분을 통해 탈북민 눈높이에 맞춘 컴퓨터교육, 영어교육, 전산회계, 전산재무, 항만, 해운업, 관개 등등을 가르칠 계획이다.
"통일 준비, 한국교회가 책임져야"
중국과 북한국경지역에 가서 탈북민 상대로 혹은 북한지역 안으로 들어가 북한주민을 상대로 선교하는 것만이 북한선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탈북민들은 북한 사람들이다. 이미 2만 6천명이나 와있는데 이들은 제껴놓고 맨날 국경지역에 가서 북한선교한다고 그런다. 물론 그곳에서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고 거기 있는 사람 돕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데려온 사람들을 돌보는 일은 더 중요하다.
탈북민들에게서 배울 것도 많다. 북한선교를 하려면 북한의 실정을 잘 알아야만 한다. 우리가 북한에 직접 들어가서 북한선교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따라서 우리는 북한주민들이었던 탈북민들로부터 북한의 구체적인 실정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북한을 배우기 위해 탈북민들을 초청해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만 듣는 것이 아니고, 학교 생활, 부모들이 어떻게 교육하는지, 군대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연애, 노인 생활, 직업, 언어와 놀이, 문화(댄스, 영화, 청소년 문화) 등을 잘 들어야 한다. 우리는 '북한' 하면 전부 거지들만 살고, 못 먹어서 내려온 사람들만 있는 것처럼 긍휼한 눈으로만 본다. 그것도 문제다. 배고파서만 넘어온 것은 아니다. 자유를 찾아서 온 것도 있고, '북한이 이대로 가면 안되겠다'는 사명으로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봐야겠다' 이런 의식을 가지고 온 사람도 많다. 그런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북한의 다양성을 알아야, 북한이 열렸을 때 북한 사람들과 대화가 될 것이다.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교사, 군인, 교수, 대사, 선생, 노동자, 엔지니어, 비행기 조종사, 학생, 의사 등 다양한데 한국내에서 북한에 대한 다양한 교실을 만들어 이들로부터 북한의 모습을 배워야 한다.
"통일 전에 북한의 다양성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배워야 한다"
겸허한 자세로 북한의 실상을 배워야 통일의 날이 왔을 때, 남북의 사람들이 원만하고 평화로운 통일한국을 이룩할 수가 있을 것이다. 사람통일이 완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통일을 준비하는데 있어서는 이러한 폭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대안학교, 어른교육, 이것은 우리교회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참여하도록 제가 만든 프로젝트다. 이제 교회가 눈을 떠야한다.
"북한선교 합시다, 기도합시다"라는 말만 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이 없다. 이미 미국에도 북한인권법에 의해서 들어온 사람이 180명 가까이 되고, 불법으로 들어온 사람까지 합하면 1천명이 더 된다. 현재 북한이 우리 주위에 있는 것이다. 이분들을 '찾아온 북한 사람들'로 여기고 함께 통일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북한선교' 했을 때 저 멀리 북한으로 가는 것, 압록강, 두만강 지역 혹은 평양에 물자 보내는 것, 이런 것들만 생각하지 말고, 찾아온 북한 사람들, 바로 우리 옆에서 살고 있는 북한주민들에게서 북한의 실제 삶을 듣길 바란다. 김현식 교수님 같은 분들에게 "김정은 정권이 언제 무너질 것 같냐"는 질문만 하지 말고, 북한의 젊은이들, 결혼생활, 노인들, 청년들, 여러가지 테마를 정해서 교회들이 배우고, 끝날 때마다 북한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이해를 하고 지식이 들어가야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야 기도도 구체적으로 나온다. 이런 일들이 이민사회에서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북한, 2020년 전후로 열릴 것"
전문가들은 2년, 5년 이렇게 보고 있다. 얼마전 중국 사회과학원에서는 2년에서 5년 사이에 3개의 시나리오가 진행될 것이라고 보기도 하고, 러시아 에너지 연구소와 국제사회관계연구소에서는 2020년 안에 끝난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신학적으로도 2020년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바벨론 70년 만에 이스라엘 포로가 귀환됐다. 소련 공산당도 70년 만에 문 닫았다. 성경에서 70이라는 수가 중요하다. 예수님께서 전도훈련을 보내실 때 70명을 골라서 2명씩 짝을 지어 보냈다. 현실적으로도 보면 북한이 얼마 못 갈 것 같고, 성경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70년이라는 기간 안에 뭔가 일어날 것 같다.
그럼 언제부터 70년이냐. 1945년 해방됐을 때로 보면 2015년 내년이다. 김일성 정권이 세워진 1948년 9월 9일로 보면 2018년, 6.25전쟁을 기준으로 하면 2020년이다. 남북으로 딱 갈라진 1953년으로 보면 2023년, 그러니 적어도 2023년까지는 뭔가 결판이 난다. 늦어도 지금부터 9년 안에 결판이 난다. 그런데 그 안에 될 가능성이 많다. 최대 9년이라고 해도 긴 시간이 아니다. 준비해야 될 시간으로 보기엔 짧은 시간이다. 그런데 그 안에 된다고 하면 더 급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들이 기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아동들도 보고, 청소년, 어른들도 봐야 한다. 그들을 지원하고 그들이 빨리 복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게 북한 선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