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소치동계올림픽은 8일 오전 1시14분(한국시간· 현지시간 7일 오후 8시14분)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는 피겨스케이팅 단체·여자 스키점프·바이애슬론 혼성 계주·스키 하프파이프·루지 팀 릴레이 등 세부종목이 늘어나 여느 때보다 풍부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동계올림픽 역대 최다인 88개국에서 3000여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빙상과 스키·루지·컬링·아이스하키 등 7개 종목, 98개 세부종목에서 메달 경쟁을 벌인다. 4년 전 밴쿠버 대회(86개) 때보다 많은 98개의 금메달이 나오는 순간을 감상할 수 있다.
▨'3회 연속 종합 10위' 한국의 골든 데이는?
한국은 이번 소치올림픽에 역대 동계올림픽 출전 사상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남자 41명, 여자 30명 등 가장 많은 71명의 국가대표가 소치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종전 최다 출전이었던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48명)의 규모를 훌쩍 뛰어 넘었다.
한국은 총 7개 종목 가운데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빙상·스키·루지·봅슬레이·바이애슬론·컬링 등 6개 종목에 선수를 출전시켰다.
스피드스케이팅·쇼트트랙·피겨스케이팅 등 28명이 나서는 빙상이 가장 많은 선수를 차지하고, 20명이 출전하는 스키는 그 뒤를 잇는다.
세부 종목으로는 15명으로 이뤄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가장 많다. 쇼트트랙와 봅슬레이가 각각 10명, 알파인 스키와 프리스타일 스키·컬링이 각각 5명, 스키점프와 스노보드·루지가 각각 4명, 피겨스케이팅 3명,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스켈레톤이 각각 2명이 출전한다.
보다 많은 태극전사들이 소치에 입성한 만큼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4개 이상을 수확해 2006토리노대회(7위), 2010밴쿠버대회(5위)에 이어 3회 연속 종합 순위 10위 이내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적게 잡아 금메달을 4개로 책정했지만 반신반의하는 종목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을 해줄 경우 기쁨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첫 스타트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장거리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이 끊는다.
이승훈은 8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소치의 아들러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 출전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5000m와 1만m의 개인 종목을 뛰는 이승훈은 단체 종목인 팀추월까지 더해 장거리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다.
공교롭게 경기 일정이 짜여졌다.
이승훈이 스피드스케이팅 한국 대표팀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경기를 시작해 가장 늦게 마무리한다. 8일 남자 5000m를 시작으로 18일 오후 10시 남자 1만m, 22일 오후 10시51분 남자 팀추월 결승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승훈이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이어 출전하는 선수들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승훈의 출발이 좋다면 뒤에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첫 메달에 대한 부담을 덜고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다.
10일은 2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는 날이다.
남자 쇼트트랙의 신다운(21·서울시청)은 소치 하늘에 두 번째 애국가를 울릴 선수로 기대를 받고 있다. 신다운은 이날 오후 9시5분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 출전한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간판 모태범(25·대한항공)은 같은 날 오후 11시55분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센터에서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2차 레이스에 출전해 금메달을 노린다.
4년 전 밴쿠버 대회 이 부문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은 든든한 금메달 후보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는 11일 오후 11시34분부터 시작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개인 첫 금메달이자 한국 선수단의 네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2차 레이스가 끝난 뒤 앞선 오후 9시45분 열린 1차 레이스 합계 성적에 따라 메달 색깔이 가려진다. 올시즌 500m 종목에서 연거푸 세계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상화의 금메달에 이견을 다는 이는 많지 않다.
12일은 모태범이 남자 1000m 결승에 출전한다.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이 부문 최강자 샤니 데이비스(32·미국)에게 밀려 아쉽게 은메달에 그친 설움을 씻겠다며 결연하게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상화는 13일 오후 11시에 열리는 1000m 결승에서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주종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우승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15일은 전통적인 메달밭 쇼트트랙 결승 경기가 2개나 예정돼 있다.
끊겼던 한국 여자쇼트트랙 계보를 잇는 '차세대 여왕' 심석희(17·세화여고)는 15일 오후 9시6분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 출전한다.
대회 3관왕에 도전하는 심석희는 1500m에서 첫 걸음을 가볍게 뗀 뒤 이후 벌어지는 500m와 3000m 계주 우승까지 도전한다. 계속해서 오후 9시20분에 예정된 남자 1000m 결승에는 신다운이 출전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도전한다.
18일에도 한국의 두 개의 금메달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18일 오후 7시 54분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 나선다. 오후 10시에는 이승훈이 남자 1만m 결승을 앞두고 있다.
대회 막바지에 접어드는 20일에는 여자 컬링 결승전이 벌어진다. 사상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여자컬링 대표팀의 앞선 경기 결과에 따라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21일은 온국민이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올림픽 2연패 달성 순간을 지켜볼 수 있다. 김연아는 21일 오전 0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다.
종반으로 치닫는 23일에도 1개의 금메달이 예상된다. 이승훈이 가장 욕심내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결승이 오후 10시 51분 열린다.
▨맞수 운명 끝낸다
▲여자 피겨 김연아-아사다
소치올림픽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맞대결은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24·일본)의 진검승부다. 해외 유수 언론도 연일 김연아와 아사다의 경기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당사자를 제외한 전문가들도 나서 승패를 미리 짐작한다.1998나가노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최연소 금메달 기록을 세운 타라 리핀스키(32·미국)는 실수 극복이 과제라며 백중세를 점쳤다.
4년 전 김연아의 스승으로 금메달을 함께 일군 브라이언 오서(53·캐나다)는 일본 아사다의 손을 들어줬다. 일각에서는 일본 남자 피겨 기대주를 지도하고 있는 오서 코치가 립 서비스 차원의 망발을 했다며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아사다는 소치 대회부터 신설된 피겨 단체전에도 일본 대표로 나선다. 6일 일찌감치 소치에 입성해 화제를 모았다. 12일께 소치에 들어올 예정인 김연아보다 일주일 가량 먼저 들어온 셈이다.
두 선수의 대결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는 방증은 승부와 관계없는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사다는 러시아 인근 아르메니아에 전용 연습링크를 통째로 빌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아사다는 단체전 이후 아르메니아로 이동해 전용 연습장에서 김연아와의 맞대결을 준비한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주니어 시절부터 10여 년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려온 이들의 관계 속에 세계 피겨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와 아사다이기에 더 이상 두 명이 빙판 위에 나란히 서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다.
디펜딩 챔피언 김연아는 올림픽 2연패 달성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또 한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노르웨이의 소냐 헤니(1928·1032·1936)와 옛 동독의 카타리나 비트(1984·1988)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올림픽 여자 싱글 2연패를 성공한 선수로 남는다.
김연아는 지난해 9월 갑작스런 부상으로 올림픽 전초전으로 여겼던 그랑프리 시리즈를 불가피하게 건너뛰며 재활에 매달렸다.
이후 올림픽 시즌 첫 국제대회로 지난해 12월 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를 택했다.
부상 회복 후 첫 대회 때문인지 쇼트와 프리에서 점프 실수를 보였지만 합계 204.49점으로 가볍게 우승을 차지해 올림픽 2연패를 향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김연아는 지난달 5일 끝난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챔피언십2014' 겸 '제68회 전국남녀종합피겨선수권대회'에서 쇼트 80.60점, 프리 147.26점을 기록해 합계 227.86점으로 우승하며 올림픽 최종 리허설 무대를 잘 마무리했다.
도전자 입장인 아사다의 상황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지난해 12월7일 일본에서 열린 ISU(국제빙상경기연맹)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합계 204.02점)을 차지해 소치행을 확정했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
올림픽 전초전 성격을 띤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3위(합계 199.50점)에 그쳤다. 프리에서 난조를 보인 아사다는 스즈키 아키코(1위·215.18점)·무라카미 가나코(2위·202.52점)에게 밀렸다. 올림픽을 앞두고 분위기를 띄워도 모자라는 판에 오히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승부의 관건인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에는 아직 의문 부호가 가시지 않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쇼트와 프리에서 두 차례 트리플 악셀을 시도할 작정이다.
▲빙속 여 500m 이상화- 예니 볼프
'빙속여제' 이상화는 좋은 기억을 안고 있는 네덜란드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한 뒤 소치로 넘어왔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네덜란드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벌이며 올림픽 2연패를 가늠했다.
이상화는 2일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네덜란드오픈'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출전해 37초75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38초90으로 2위를 차지한 로린 반 리에센(네덜란드)에게 1초15나 앞섰다.
37초75는 자신이 지난해 11월 2013~2014 월드컵 2차 대회 때 세운 세계기록(36초36)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국내 마지막 리허설인 지난달 회장배대회 기록(38초11)보다는 훨씬 나은 기록이다.
소치올림픽에 맞춰 컨디션을 조율중인 이상화이기에 충분히 몸이 올라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상화에게 앞서 한 시대를 풍미한 예니 볼프(35·독일)는 한 번도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밟지 못한 비운의 스타다.
절정의 기량을 자랑했던 4년 전 밴쿠버대회 당시 '깜짝 스타' 이상화의 등장으로 은메달에 그쳤다. 지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6초14를 기록한 볼프는 이상화(76초09)에게 0.05초 뒤져 은메달에 그치며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소치올림픽까지 동계올림픽에만 4번째 출전하며 마지막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볼프는 이번 시즌 열린 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단 한 차례도 이상화를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500m 1차 레이스에서는 37초14로 이상화(1위·36초91)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2차 레이스 역시 37초18을 기록하며 이상화(1위·36초74)의 뒤를 이었다.
▲빙속 남 1000m 모태범- 샤니 데이비스
4년 전 밴쿠버대회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69초82로 금메달을 목에 건 모태범은 이번 소치올림픽 목표를 1000m 금메달로 잡았다. 500m 올림픽 2연패보다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1000m 영역 도전에 더욱 의욕적이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케빈 크로켓 코치(캐나다)는 "남자 1000m의 경우 모태범이 데이비스에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처음 200m 구간에서 좋은 기록을 낸다면 충분히 따라 갈 수 있다"고 힘을 보탰다.
모태범이 목표를 이루려면 '흑색 탄환' 샤니 데이비스를 뛰어 넘어야 한다. 모태범은 4년 전 밴쿠버 때는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1분09초12로 결승선을 통과, 데이비스(1분08초94)에게 뒤져 은메달에 그쳤다.
이후로도 줄곧 1000m는 모태범에게 불가침 영역에 속했다. 2013~2014 ISU 월드컵 대회 남자 1000m에서 모태범이 데이비스를 이긴 것은 한 차례 뿐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4차 대회에서 1분09초50을 기록한 모태범은 데이비스(1분09초59)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하지만 앞선 1~3차 대회 1000m 우승은 모조리 데이비스의 몫이었다. 데이비스는 월드컵 2차 대회 1000m와 1500m에서도 1위에 올라 2관왕을 차지하는 등 1000m 부문에서는 패권을 놓지 않고 있다. 데이비스를 넘기 위해 모태범은 초반 레이스에 승부를 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