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가 동성결혼에 대한 모호한 입장 표명으로 상반된 해석을 낳고 있다.
논란은 영국 성공회 주교회의 내 성(性) 문제에 관한 워킹그룹이 발표한 최신 보고서 내용에서 비롯됐다.
이 보고서 말미에는 "성직자가 교단과 교회가 허용할 시에 공적인 예배에서 '영속적인 동성 간 관계(permanent same-sex relationship)'의 성립을 '확인해(mark)' 주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성직자들은 이를 강요 받아서는 안되며 우리들 중 일부는 이것이 '동성결혼(same-sex marriage)'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제안이 나와 있다.
이 같은 제안을 두고 로이터 등 일반 언론들과 미국 에큐메니컬 뉴스 등 진보 언론들은 "영국 성공회 성직자들이 '동성결혼'을 '축복할(bless)'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크리스천포스트 등 보수 언론들은 "이 같은 제안의 의미를 동성결혼에 대한 축복으로 확대하는 것은 틀린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 같은 해석차는 보고서에 나타난 제안이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여질 수 있는 불분명한 표현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축복' 대신 '확인'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고, '영속적인 동성 관계의 성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동성결혼'과의 거리를 두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 같은 표현들을 해석할 때에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고서의 제안 내용이 문제가 되자 영국 성공회는 교단 공식 사이트를 통해서 입장을 밝히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은 교단이 동성결혼에 반대하고 전통적 결혼을 지지하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해당 제안에 관해서도 동성결혼 축복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표현에 차이를 뒀다. 그러나 바뀐 표현 역시 해석차가 발생할 수 있는 모호한 표현들이라는 것이 문제다.
성공회는 이 글에서 "(문제의) 제안은 성 행동에 대한 교단의 전통적 가르침에 변화가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제안에 대해서는 동성애 관계를 확인해 주는 의식을 '축복(bless)'이 아닌 '제공(accomodate)'해 줄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한 "제안은 성직자들이 교단과 교회의 동의가 있는 상황에서는 '서로에게 충실한 동성 관계(faithful same sex relationship)'의 성립을 '확인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성공회는 동성결혼 축복 문제로 분열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성공회 본산인 영국 성공회의 동성결혼 관련 정책은 전체 성공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