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발표한 '국가별 상호 관세' 정책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스마트폰, 노트북, 반도체 등 주요 IT 제품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11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을 담은 '특정 물품의 상호 관세 제외 안내' 지침을 공지하며 면제 품목의 세부 사항을 발표했다.
CNBC와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번 면세 대상에는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메모리 칩, 컴퓨터 프로세서, 반도체 제조 장비, 라우터, 모니터 등 IT 산업을 대표하는 핵심 품목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상호 관세 시행으로 인한 부담이 우려됐던 글로벌 기술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안도감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를 직접 수출하는 한편, 스마트폰 생산의 약 40~50%를 베트남 공장에서 담당하고 있다. 베트남산 제품에는 46%의 관세율이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면세 결정으로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또한 주요 수혜 기업이다. 아이폰 생산량의 약 90%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당초에는 125%에 달하는 대중국 관세가 적용될 경우 제품 가격 급등이 우려됐지만, 이번 조치로 해당 부담을 피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정은 삼성전자, 애플, TSMC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의 부담 경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일부 품목에는 별도의 개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철강, 자동차, 알루미늄 등에는 각각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반도체와 의약품도 별도의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번 지침에서는 반도체, 태양전지, 플래시 드라이브, 데이터 저장장치(SSD) 등 첨단 전자기기가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상호 관세 발표 직후 불과 몇 시간 만에 90일 유예 조치를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주요 첨단 제품에 대한 면세 방침을 내놓으며 관세 정책의 유연한 조정에 나선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플로리다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시진핑과 잘 지낸다"며 중국과의 협상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보복 관세는 놀랍지 않지만 유감스럽다"면서도 "중국은 실용적인 국가이며, 국제 무대에서 현실 정치와 힘의 논리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몇 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스마트폰에 대해 기존의 20% 복합 관세가 여전히 적용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10%' 복합 관세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관세 체계의 중복 여부는 향후 정책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면제 조치가 일시적인 조정인지, 아니면 향후 보다 정교한 품목별 관세 체계로 전환될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첨단 기술 산업의 흐름과 소비자 부담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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