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시작된 글로벌 무역 갈등이 한국 경제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과 청년층 고용 부진이 겹치며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내수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준비 중이다.
◈물가 안정 위한 긴급 대응
기획재정부는 13일, 다음 달 1일부터 가공식품의 주요 원재료인 돼지고기(1만 톤)와 계란 가공품(4000톤)에 긴급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급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두 품목은 최근 가격 상승폭이 큰 가공식품의 핵심 재료로, 정부는 이 조치를 통해 식품업계의 부담을 낮추고 물가 상승세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들어 컵라면, 카레, 맥주, 아이스크림, 우유, 과자 등 주요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고, 외식업계도 빵, 케이크, 커피 등 주요 품목의 가격을 올리고 있다. 특히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며, 앞으로도 물가 압박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불 피해로 인한 농축산물 수급 차질
전국적인 산불 피해도 농축산물 가격 불안을 키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9일 기준 산불 피해 면적은 3795헥타르로, 여의도 면적의 13배에 달하며, 시설하우스 715동, 축사 237동, 농기계 8308대, 가축 21만8000두가 피해를 입었다. 사과 주산지로 알려진 경북 안동과 청송에서 가격 급등 우려가 나왔으나, 정부는 해당 지역이 후지 품종의 주산지로, 추석 전후 유통되는 홍로 품종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봄배추, 마늘, 건고추, 자두 등의 주요 산지이기도 해, 정부는 영농 기술 지원과 농약 공급 등 복구 지원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청년층 고용 부진과 산업별 격차
고용 지표는 전체적으로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청년층과 일부 산업 부문에서는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전체 취업자 수는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10만 명 이상 증가했으나,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1.4%포인트 하락한 44.5%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경력직 위주 채용을 선호하면서, 청년층 특히 20대 후반의 취업 기회가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일을 하지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전년보다 7만1000명 증가해 총 351만7000명에 이르렀다. 공공 및 복지 부문에서는 각각 8만7000명, 21만2000명의 취업자 증가가 있었지만, 건설업은 18만5000명, 제조업은 11만2000명 감소해 각각 11개월,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일자리 예산을 조기 집행해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이번 추경을 통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청년 고용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소비 위축의 악순환 경고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과 고용 부진이 맞물릴 경우 소비 위축의 악순환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물가 관리에 실패하면 저소득층과 서민층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400원 이하로 떨어지기 어려운 가운데, 글로벌 불안정성이 커지면 제조업과 내수 경제 전반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이번 주 중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경안을 발표하고, 물가·고용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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