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학에서 주임교수를 역임한 문학평론가 장클로드 드크레센조는 한국인의 삶과 정서를 깊이 있게 관찰해왔다. 그는 저서 『경이로운 한국인』(마음의숲)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일상과 문화 전반에 스며든 한국인의 특징과 저력을 조명한다.
드크레센조는 한국인의 사고와 행동 중심에는 늘 '우리나라'라는 강한 공동체 의식이 자리한다고 본다. 단순한 애국심을 넘어 반만 년 역사에 기반한 깊은 자긍심이 일상 곳곳에 스며 있으며, 평소에는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다가도 국가적 위기 상황이 오면 언제든 힘을 모아 이를 극복하는 저력이 바로 이러한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한국인의 언어습관에도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식사 자리에서 자주 들리는 "많이 드세요", 외출 시 자연스럽게 건네는 "다녀올게" 같은 말들은 단순한 인사를 넘어 배려와 약속, 공동체적 유대를 보여주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또한, 드크레센조는 한국의 술자리 문화를 통해 감정 표현과 유대감이 활발히 드러난다고 말한다.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음주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깊은 정을 쌓아간다.
21세기 첨단 기술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이지만, 여전히 전통적 가치와 관습을 중요시하는 모습도 저자의 관심을 끌었다. 장례와 제사를 비롯해 미신과 관습을 지키는 모습에서 그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독특함을 발견했다.
그는 이른바 'K-오지랖'이라 불리는 한국인의 친절함도 주목할 만한 문화적 특징으로 꼽는다. 낯선 사람의 물건을 지켜주거나, 공공장소에서 다른 이의 소지품을 보호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의 깊은 신뢰와 공동체 정신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한국인의 대표적 성향으로 알려진 '빨리빨리' 문화는 저자에 의해 실용주의적 특성으로 재조명된다. 빠른 문제 해결과 효율을 중시하는 이 성향은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를 돌파하는 한국인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고 본다.
책의 마지막에서 드크레센조는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오늘날의 한국을 언급하며, 그 밑바탕에는 강한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촛불집회 당시 광화문 광장을 환하게 밝힌 시민들의 모습을 한국 사회의 상징으로 소개하며, 어둠을 밝히는 등불 같은 존재로서의 한국을 묘사했다.
『경이로운 한국인』은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섬세하게 조망한 저작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따뜻한 존중이 담긴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