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트럼프 시위 중인 미국 시민들의 모습.
반 트럼프 시위 중인 미국 시민들의 모습. ©현지 영상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5일(현지시간) 주말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AP통신 등 외신과 국내 보도에 따르면, 이날 50개 주 1,200여 곳에서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와 행진을 벌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강하게 반발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단기간에 단행된 연방 예산 삭감,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 해고, 급작스러운 관세 정책, 사회보장 제도 축소 등에 분노를 표출했다. 이번 이른바 "손 떼라!(Hands Off!)" 시위에는 150개 이상의 인권 단체, 노동조합, 성소수자(LGBTQ+) 보호 단체, 재향군인 단체, 선거운동 단체 등이 참여해 폭넓은 연대를 과시했다.

워싱턴D.C. 내셔널 몰을 비롯해 뉴욕 맨해튼, 보스턴, 시애틀 등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도심을 행진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효율부 장관으로 임명된 일론 머스크를 규탄했다. 모든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며 체포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작은 정부"를 기조로 대규모 감원과 사회복지 축소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민 제한, 낙태 권리 축소, 성소수자 권리 철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시애틀 스페이스 니들 앞에서는 "과두정치를 물리치자!(Fight Oligarchy!)"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시위대는 5,000명 이상의 연방 공무원 해고, 메디케어·메디케이드 관련 부처 인원 전원 해고에 따른 기관 기능 마비, 무차별적인 이민자 추방, 트랜스젠더 보호 정책 철회, 건강보험 축소 등의 조치를 강력히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역이자 테슬라·스페이스X·소셜미디어 X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새로 신설된 정부효율부 장관직을 맡아 광범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머스크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연방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사회복지 제도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로 인해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휴먼 라이츠 캠페인의 켈리 로빈슨 대표는 내셔널 몰에서 열린 성소수자 보호 정책 폐기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연설하며 트럼프와 머스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은 정치적이라기보다 개인적이고 감정적이다. 정부는 에이즈(HIV) 예방 예산을 삭감하고, 관련 전문가와 교사, 성소수자 및 그 가족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빈슨 대표는 이어 "우리가 원하는 미국은 소수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다. 우리는 안전, 자유, 존엄성, 그리고 기본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연단에 올라 시위에 동참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보스턴에서는 "우리의 민주주의에서 손 떼라!" "우리의 사회보장제도에서 손 떼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미셸 우 보스턴 시장은 연설에서 "나와 내 아이들, 그리고 이민자 가족들이 위협과 협박 속에 살아가는 세상을 원치 않는다"며, "조부모 세대처럼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이 자동으로 범죄자로 간주되는 세상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오하이오주 델라웨어 카운티의 컬럼버스 시청 앞에서 시위에 참여한 66세 은퇴자 로저 브룸은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공화당원이었지만 트럼프 때문에 전향했다"며 "이 정부는 미국을 갈기갈기 찢고 있다. 지금의 미국은 통곡과 한탄의 나라"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 인근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도로 양쪽에 줄지어 서서 지나가는 차량에 경적을 울려 트럼프 반대 의사를 표현해줄 것을 요청했다. 세인트 루시 항구에서 온 아처 모란은 "이 정부가 손을 떼야 할 분야는 너무 많다. 이처럼 단기간에 전국적인 항의 시위가 발생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날인 6일에도 골프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시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대통령의 입장은 명확하다. 자격 있는 국민에게는 복지 혜택을 제공하겠지만, 민주당처럼 불법 이민자와 외국인에게까지 복지를 확대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복지제도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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