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확장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수출 지형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수출이 급증하며 미국을 제치고 최대 매출국이 되었고, SK하이닉스는 미국 중심의 매출 구조를 더욱 강화했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중국 수출액은 64조927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8% 증가하며 지역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42조2007억 원 대비 22조 원 이상 늘어난 수치로, 그동안 삼성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미국(61조3533억 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 같은 매출 구조의 변화는 구형 HBM 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 내 반도체 업체들이 삼성의 HBM2E(3세대), HBM3(4세대) 제품을 선제적으로 대량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 HBM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SK하이닉스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의 차세대 제품인 HBM3E 12단이 아직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퀄테스트)을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회사는 구형 제품 수출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주요 반도체 수요가 삼성에서 대부분 충당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미국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3년 미국 매출은 41조9610억 원으로 전년 15조3902억 원 대비 172% 급등했으며, 같은 기간 중국 매출은 10조1100억 원에서 15조5335억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미국 시장 증가 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3E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내 매출 비중이 급격히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 전체 매출 중 HBM이 차지하는 비율은 4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다.

업계는 올해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대중 기술 제재가 지속되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출시가 예정되어 있어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HBM3E 퀄테스트를 통과할 경우, 미국 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HBM은 단순 메모리를 넘어 반도체 기업 전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 사업으로 부상했다”며 “향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HBM 제품의 기술력과 공급 역량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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