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마포구?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회관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회관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여야의 요구에 따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검토 중이지만, 2년 연속 이어진 세수 결손으로 인해 재원 조달 방안에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국채 발행 외에는 마땅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지만, 이는 국가 채무 증가와 함께 재정 건전성 악화, 물가 상승, 신용등급 하락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18일 국회 원내대표 회동에서 정부에 3월 내 추경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추경 추진의 공은 정부로 넘어간 상황이다. 정부는 추경의 규모나 세부 항목을 정하기에 앞서, 여야 간 쟁점 사안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독자적으로 편성안을 내놓을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특단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정부가 내부 협의를 거쳐 추경 편성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추경의 필요성보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지난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약 4000억 원에 불과해, 여야가 요구하는 최소 14조 원 이상의 추경 규모를 뒷받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세수 펑크가 2년 연속 발생한 데다 올해도 경기 부진에 따라 세수 결손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채 발행 외에는 현실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2020년 이후 8차례의 추경 중 5차례는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했다. 국채 발행은 한국은행이 이를 매입해 정부가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세수보다 지출이 많은 상태에서 발행되는 적자국채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국가 채무로 전가된다.

올해 국고채 총발행 규모는 이미 197조6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 중 적자국채는 80조 원에 달하며, 추경 규모에 따라 이 수치는 100조 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국채 발행이 늘면 국가 재정 건전성은 물론, 미래 세대의 부담도 함께 커지게 된다.

또한 국채가 증가하면 국고채 금리가 상승해 시장 금리 전반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가계, 기업, 자영업자의 대출 부담을 키우고, 기업 자금 조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추경을 하려면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여야가 요구하는 추경 규모가 20조 원 안팎이라면, 적자국채 발행은 사실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다만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고, 국채 수요 기반도 탄탄한 만큼 현재 거론되는 수준의 규모는 시장에서 충분히 흡수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재정 투입을 통해 성장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으며, 미국의 통상 압력과 같은 외부 충격이 가세하면서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경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선심성 사업 확대를 위한 무분별한 국채 발행이 장기적으로는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50%를 넘긴 상태이며,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복지 수요 증가로 미래 세대의 재정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생을 살리기 위한 추경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적자국채가 반복되면 결국 다시 민생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법인세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데,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세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는 국채 발행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당장은 국채 발행을 통해 재정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그 빚은 결국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국가 부채가 누적될 경우 더 큰 재정 위기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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