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 위험 최고조, 동해안 중심으로 비상 상황
동해안을 중심으로 산불 위험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봄철 특유의 메마른 대기와 더불어 강풍까지 겹치면서,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27일 전국에 봄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하고 있으나, 그 전까지의 사흘이 산불 확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경북 경산·영덕·울진·포항·경주와 대구 등지에는 건조경보가, 강원·충청·제주 등지에는 건조주의보가 각각 발효 중이다. 건조특보는 실효습도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졌을 때 발효되며, 실효습도 50% 이하일 경우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건조주의보는 35% 이하, 건조경보는 25% 이하로 기준이 정해져 있어, 현재 대기는 불쏘시개처럼 메마른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서풍과 강풍의 이중 위협
이번 주말까지 서풍 계열의 바람이 계속 동해안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서풍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넘으며 더욱 고온건조한 성질을 띠게 되는데, 이로 인해 산불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산불이 발생한 경남 산청의 경우, 23일 기준 실효습도가 35%에 불과하고, 24일에는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20m에 달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속 15m는 간판이 흔들릴 정도, 17m 이상은 태풍급 바람에 해당하는 만큼, 이보다 강한 바람은 불씨를 먼 거리까지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강풍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24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순간풍속 초속 15m 내외의 강풍이 예보되어 있으며, 기상청은 특히 동해안과 남부지방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경북 포항(29%), 경주(32%), 울산(28%), 강원 삼척(34%) 등 주요 지역의 실효습도는 이미 위험 수준까지 떨어져 있어, 강풍과 결합할 경우 대형 산불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지속된 건조, 산불 위험 누적
이러한 상황은 단기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12월부터 강원도 속초·고성·양양과 경북 울진·영덕·포항 지역에 건조특보가 43일간 이어졌고, 겨울철 강수량 부족이 겹치며 토양과 수목은 극도로 건조한 상태를 유지해왔다. 지난 1월 말 일부 지역에 눈이 내려 건조특보가 일시적으로 해제됐지만, 주로 태백산맥 서쪽에 눈이 집중돼 동해안 지역의 갈증은 해소되지 못했다. 이후 다시 건조특보가 발효되면서 산불 위험은 더욱 높아졌다.
기상청은 27일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동해안의 건조 상태가 일시적으로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비가 주로 서쪽 지역에 집중될 경우, 동해안은 잠시 습기를 머금었다가 곧 다시 건조해질 수 있어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규모 강수와 큰 일교차…위험 요소 여전
24일에는 전남 남해안, 경남 서부 남해안, 제주도에 1~5㎜ 내외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전남 내륙 지역에는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강수량은 동해안의 극심한 건조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기온은 평년보다 3~11도 정도 높게 형성되며 포근하겠지만,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5도 이상 벌어지는 환절기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 24도, 강릉 23도, 서울 19도 등 낮 최고기온이 크게 오를 전망이며, 이로 인해 식생의 증발산이 활발해져 땅과 공기의 습도는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세먼지까지 겹친 4중 악조건
한편,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나쁨' 수준으로 예보됐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서풍을 타고 유입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 정체까지 겹치며 시야 저하와 호흡기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는 산불 발생 시 발생하는 연기와 함께 대기질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어, 기상 재해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이처럼 대기 건조, 강풍, 고온, 미세먼지가 겹친 '4중 악조건'이 27일 봄비가 내리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기간 산불 예방과 긴급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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