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키스탄의 인권 상황 악화, 특히 엄격한 신성모독법의 지속적인 남용과 소수민족 소녀들의 강제 개종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강하게 비판받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제기된 파키스탄 인권 문제
3월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8차 유엔 인권이사회(HRC) 정기 회의에서 파키스탄, 에리트레아, 니카라과, 수단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되는 고문과 박해를 규탄하는 별도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미국의 인권 단체 주빌리 캠페인(Jubilee Campaign USA), 'Set My People Free', 그리고 유럽법정의센터(ECLJ)가 공동 주최했다.
◈"파키스탄 신성모독법은 종교적 소수자들에 대한 테러의 도구"
유럽의회 의원 찰리 와이머스(Charlie Weimers)는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을 "종교적 소수자들을 위협하는 테러의 도구"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독교인을 비롯한 종교적 소수자들이 폭력적인 군중 공격, 부당한 투옥, 강제 개종에 직면해 있다"며, 2023년 8월 자란왈라(Jaranwala)에서 발생한 폭동을 언급했다. 당시 26개 교회가 불타고 기독교 가정과 상점이 약탈당했지만, 이에 대한 정의는 실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2021년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 개정을 촉구하고, 에리트레아 정부 관계자 제재 및 니카라과 독재자 다니엘 오르테가의 국제 사법 조치를 요구했으나 이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은 더 이상 파키스탄의 탄압 체제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 무역, 원조, 비자 발급은 실질적인 인권 개혁을 조건으로 해야 하며,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법은 사실상의 사형 선고"
주빌리 캠페인의 인권 옹호 담당자인 조셉 얀센(Joseph Janssen)은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이 사실상 기독교인, 힌두교인, 기타 소수 민족에게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국가가 묵인하는 신체적, 정신적 고문을 당하며, 재판 없이 무기한 구금되거나 폭도들에 의해 초법적으로 처형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짜 혐의로 투옥된 사례를 언급하며, 왓츠앱 메시지 한 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8년째 독방에 수감 중인 나딤 제임스(Nadeem James), 정신적 장애 판정을 받았음에도 23년째 감옥에 갇혀 있는 안와르 케네스(Anwar Kenneth), 그리고 단순한 SNS 게시물로 기소돼 감옥에 갇힌 네 아이의 어머니 샤구프타 키란(Shagufta Kiran)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반면,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의 가해자들은 처벌받지 않고 있다. 얀센은 "자란왈라 폭동 이후 체포된 300명 이상의 용의자 대부분이 보석으로 풀려났다"며, 이러한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국제사회, 신속한 개입과 제재 요구
이탈리아 종교자유 원탁회의(Roundtable on Religious Freedom) 회장인 샤히드 모빈(Shahid Mobeen)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3억 700만 명의 기독교인이 박해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종교 자유를 옹호하다 살해된 샤바즈 바티(Shahbaz Bhatti) 전 연방 소수민족부 장관과 살만 타시르(Salman Taseer) 전 펀자브 주지사를 언급하며, 진실을 말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유엔, 유럽연합(EU), 각국 정부에 즉각적인 개입을 요구하며 ▲고위험 국가에서의 유엔 인권 감시 강화 ▲종교 공동체에 대한 법적 보호 강화 및 억압적 법률 철폐 ▲종교 박해를 주도한 정부 관계자에 대한 표적 제재 ▲독립적인 종교 박해 조사 실시 및 국제법에 따른 가해자 처벌 ▲신성모독법 폐지 및 국가 차원의 종교 차별 철폐를 요구했다.
◈"더 이상 외교적 수사만으로는 부족하다"
행사 연사들은 이제는 단순한 외교적 비판이 아니라, 가해자들을 국제법에 따라 책임지게 하고, 취약한 공동체를 보호하며, 국가가 주도하는 종교적 탄압에 맞서 정의를 실현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 종교·신앙 자유 특별보고관인 나질라 가네아(Nazila Ghanea)는 "많은 국가들이 종교의 자유와 고문 금지 권리를 짓밟고 있다"고 지적하며,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 보고서에서도 단순한 비판을 넘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인 오픈 도어즈(Open Doors)는 파키스탄을 2025년 세계에서 기독교인으로 살기 가장 어려운 국가 8위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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