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회의실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 체결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과거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회의실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 체결식이 열리던 모습. ⓒ산업통상자원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소 직원이 수출이 금지된 원자로 설계도를 소지한 채 한국으로 향하려다 적발돼 해고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사건이 미국이 최근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배경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OIG)이 지난해 상반기 의회에 제출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OIG는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소지한 채 한국으로 출국하려던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 직원을 적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수출통제 대상 자료를 소지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적발되었으며, 이후 해고 조치됐다. 해당 자료는 아이다호 국립연구소가 보유한 독점적인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였다.

OIG는 "해당 자료가 수출통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해당 직원이 수출통제 규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해외 정부와 소통한 정황을 이메일과 채팅 조사 과정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사건은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공동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에서 언급된 해외 정부가 한국 정부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배경에 이 사건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으로의 원자로 설계 자료 반출 시도가 있었다는 점과 한국 정부의 연루 가능성을 고려해 대응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미 에너지부가 최근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배경에 이 사건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 최하위 단계에 포함한 것은 외교정책상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보안 관련 문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14일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지정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은 국가 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 안보 위협, 테러 지원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현재 중국, 북한, 이란,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주요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번 조치로 인해 원자력 분야를 포함한 한미 협력에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자력 분야를 포함한 한미 기술 협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독자 핵무장론, 계엄 및 탄핵 사태 등이 지정 원인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는 "민감국가 리스트에 등재되더라도 한미 간 공동연구 및 기술 협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 에너지부 또한 이번 조치가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에서 결정된 사항이며, 한미 기술 협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민감국가 리스트에서 제외된 사례가 있는 만큼, 오는 4월 15일 발효 이전에 리스트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협상에 주력할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이번 주 중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직접 만나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외교부 또한 미국 측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리스트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감국가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