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특별자치도가 서울특별시를 제치고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로 선정됐다.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 투표에서 전북도는 49표를 얻어 11표에 그친 서울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이에 따라 전북도는 국제 경쟁에 나설 국내 후보 도시로 확정되며, 올림픽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하게 됐다.
전북도와 서울시는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각각 45분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올림픽 유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관영 전북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각 도시의 강점을 부각했고, 이후 15분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투표에는 올림픽 37개 종목의 대의원 2명씩 총 74명 가운데 62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49명이 전북에 표를 던졌다. 국가 균형 발전과 비수도권 연대를 강조한 전북도가 대의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전북도는 친환경 경기장 건설을 비롯해 광주, 충남, 충북, 대구 등 지방 도시의 체육 시설을 활용한 분산 개최 계획을 내세웠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비용 절감 및 인접 도시 연계를 통한 개최 방식에 부합하는 전략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전북도는 이날 프레젠테이션에서 대구, 충남, 광주, 전남 등 4개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지를 얻은 영상을 공개하며 ‘비수도권 연대’를 적극적으로 부각했다. 대한체육회 대의원들은 수도권 중심의 개최보다 전국적인 균형 발전을 위한 개최 계획에 더 높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을 앞세워 기존 경기장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잠실 주경기장을 포함한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부족한 시설은 다른 시·도의 경기장을 활용해 약 5조 원의 예산으로 대회를 유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에는 1988년 올림픽 경기장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국제 기준에 맞춰 리모델링될 예정이다”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결국 대의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서울 시민 85.2%가 올림픽 유치를 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서울의 두 번째 올림픽 개최 꿈은 좌절됐다.
전북도의 국내 후보 도시 선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두고 인도(아마다바드), 카타르(도하), 인도네시아(누산타라), 튀르키예(이스탄불), 칠레(산티아고), 헝가리(부다페스트) 등 10여 개 국가가 경쟁에 나섰다.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인도, 인도네시아, 카타르 등이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인도는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올림픽 유치를 ‘14억 인도인의 꿈’이라 표현할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새 행정 수도 누산타라에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중동 최초 올림픽 개최를 목표로 하는 카타르는 탄탄한 스포츠 인프라를 기반으로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이미 1988년 서울올림픽,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어 유치 경쟁에서 강점이 있다. 또한,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치른 이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가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036년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48년, 마라토너 손기정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이러한 역사적 상징성도 전북도의 유치 활동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203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오는 3월 IOC 총회에서 새 위원장이 선출된 후 6월부터 새 집행부 체제에서 본격적인 선정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2028년 하계올림픽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032년 대회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북도가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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