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현직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이 실시한 직무감찰이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독립적 업무 수행 권한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27일 선관위와 감사원 간의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선관위의 청구를 인용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간의 권한 다툼을 해결하는 제도로, 헌재 재판관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인용 결정이 내려진다.
이번 심판의 핵심 쟁점은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헌법이 보장하는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는지 여부였다. 헌재는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찰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헌법 제97조에서 감사원의 직무감찰 범위를 '국가'를 대상으로 한 회계검사권과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감찰권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독립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감사원법에서도 선관위가 감찰 대상이라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장치로서의 성격을 가지며, 국회·법원·헌재와 마찬가지로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헌재는 이번 결정이 선관위의 부패행위를 용인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찰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 선관위의 부패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자체 감찰기구를 운영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사원과 선관위 간 갈등은 2023년 5월, 선관위 전·현직 고위직 4명의 자녀가 경력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선관위는 자체적으로 수사를 의뢰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감사원은 이에 대한 감사를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다.
감사원은 선관위도 직무감찰 및 인사감사 대상에 해당한다며 감사 거부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이에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2023년 7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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