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측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강하게 비판하며, 그가 작성한 이른바 ‘체포조 명단’ 메모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은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변론에서 "홍 전 차장의 메모는 ‘대통령의 체포 지시’라는 허위 사실을 만들기 위한 조작된 자료"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홍 전 차장의 증인신문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어 약 9분간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홍 전 차장에게 단순히 격려 차원에서 전화한 것을 ‘대통령의 체포 지시’로 엮어 내란과 탄핵 공작을 했다"며 "홍 전 차장의 증언은 거짓말이고 전부 엉터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또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홍 전 차장이 육사 선후배 사이인 만큼 방첩사를 좀 도와주라고 한 것이 전부였다"며 "그런데 이 대화를 체포 지시로 왜곡하고 조작한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 전 차장이 '미친 X인가'라고 표현한 것은 황당한 요청에 대한 반응이었다고 하면서도, 그 말을 바탕으로 탄핵 공작을 꾸몄다"고 주장했다.

홍 전 차장이 작성한 ‘체포조 명단’ 메모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측은 신빙성을 철저히 문제 삼았다. 대통령 측 변호인단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홍 전 차장이 메모를 작성한 장소조차 일관되지 않으며, 메모 내용도 계속 변한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메모의 인원 수가 12명, 14명, 16명 등 계속 바뀌었으며, 메모가 여러 번 정서(正書)된 점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이 메모에 ‘14명’과 ‘16명(밑줄 표시)’을 기재한 이유를 묻자, 홍 전 차장은 "처음에는 12명을 정확히 기억했고, 1~2명이 더 있었던 것 같아 (16명으로) 적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후 검찰 조사에서는 "16명이 아니라 14명이었다"고 진술해 신뢰성을 더 떨어뜨렸다.

홍 전 차장은 메모를 작성한 경위에 대해 "체포 명단을 처음 들었을 때 이해할 수 없어 기억하려고 적었다"며 "당시에는 이 메모가 이렇게 중요한 자료가 될 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메모를 여러 번 정서하도록 지시한 것은 단순한 기억 보존이 아니라 의도적인 조작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 전 차장은 자신이 메모를 작성한 장소에 대한 질문에도 일관되지 않은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처음 여 전 사령관이 체포 명단을 불러주겠다고 했던 것은 계엄 당일 오후 10시 58분 공터에서였다"고 했다가, 이후 "사무실로 돌아와 오후 11시 6분경 메모를 작성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측은 "체포 명단이 불려진 장소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해당 메모의 신빙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반박했다.

또한 홍 전 차장은 국회 측의 질문에 "여러 사람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메모를 보좌관에게 정서하도록 시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혼자만 썼다면 누가 내 말을 믿어줬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 측은 "오히려 혼자 썼다면 더 진실성이 있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보좌관을 통해 여러 차례 정서한 것이 더 의도적 개입이 있었음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이 국정원 직제에 대해 대통령이 잘 모른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나는 국정원에서 수사를 3년간 담당하며 국정원과 방첩사령부, 경찰의 대공수사 역량을 보강하기 위해 취임 이후에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며 "우리나라에서 국정원 직제를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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