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측이 윤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공개하자,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이 강력히 반발하며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8일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로 조 청장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공개했다. 조 청장은 수사기관에서 "윤 대통령이 전화로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12월 3일 오후 11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3분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에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는 즉각 반발했다. 조 변호사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의 진술 조서를 증거로 인정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위법"이라며 "증거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미 4차 변론에서 증거로 채택된 사항이며, 이에 대한 이의 신청은 기한을 놓친 것"이라며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변호사는 이에 강하게 항의하며 가방을 들고 심판정을 나갔고, 이후 변론에 복귀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증거를 탄핵심판에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이런 방식의 재판 진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20일로 예정된 10차 변론기일 일정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변론 시작 시간을 당초 오후 2시에서 3시로 1시간 늦추는 것으로 조정했다.
윤 대통령 측은 같은 날 오전 형사재판이 예정돼 있어 변론 준비가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으나, 국회 측은 이를 '지연 전술'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헌재는 증인 신문 일정을 고려해 일정 변경 없이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두 차례 불출석했던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해 헌재가 구인영장을 발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조 청장은 이날 다시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9차 변론 이후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은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국회 소추위원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의 반헌법성과 내란의 구체적 증거를 충분히 설명했다"며 "축구 경기로 치면 10대 0 완승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을 독재 시도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가 위기 상황에서 헌법에 따른 조치를 한 것일 뿐, 내란을 일으키려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측의 일정 변경 요청을 거부하고, 검찰 조서를 증거로 인정하면서 탄핵심판의 심리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20일 변론을 끝으로 증인 신문이 마무리된 후, 1~2차례 최후 변론을 거쳐 3월 초중순경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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