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금품을 받은 현직 교사 249명을 적발했다. 감사원이 산정한 이들의 총 수취 규모는 212억 900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85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18일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서울, 경기 및 6대 광역시 소재 중·고교 정규 교사를 대상으로 2018~2022년 사이 5000만 원 이상을 받은 사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국가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청탁금지법 등에 따르면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제작·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일부 교사들은 사교육 업체와 은밀한 거래를 맺고 문제를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 업체는 수능 연계 교재 집필진이나 인맥·학연을 활용해 교사들과 접촉한 후 구두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했다.
고교 교사 A씨는 2015년부터 학원 강사 B씨를 통해 8개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판매하며 6억 1000만 원을 챙겼다. 이후 모의고사 문제 제작 팀장직을 제안받자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 경험이 있는 교사들을 영입했다.
한 교사는 2020년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면서 “10월 한 달간 연락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수능 출제에 참여한다는 점을 업체 측에 암시했다. 이후 이 교사는 문제 거래 단가를 20개당 300만 원에서 350만 원으로 올렸다.
또 다른 교사 C씨는 2019년 동료 교사 6명을 끌어들여 문제 2000여 개를 학원 강사에게 판매해 3억 2000만 원을 벌었다. 이 중 2억 4000만 원은 배우자 계좌를 통해 입금받아 ‘문제 제작 검토비’ 명목으로 착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교 과학교사 D씨는 35명의 교사로 구성된 문제 제작팀을 운영하며 배우자가 설립한 출판사를 통해 문제를 사들여 사교육 업체에 판매했다. 이들은 2019년부터 4년 동안 총 18억 9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23번 문항과 관련한 감사원 조사도 이루어졌다. 해당 문항은 수능 직전 한 유명 강사의 모의고사에 실린 지문과 동일해 ‘사전 유출’ 의혹이 제기됐었다.
감사원 조사 결과, 한 현직 고교 교사가 2022년 3월 미국 하버드대 선스타인 교수의 저서 '투 머치 인포메이션' 79쪽을 바탕으로 EBS 수능 연계 교재 문제를 출제했다. 이 교재를 감수한 대학교수 E씨는 이후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같은 지문을 활용해 문제를 만들었다.
또한, EBS 문제를 만든 교사와 친분이 있는 고교 교사 F씨도 동일한 지문을 활용한 문제를 제작해 사교육 업체 강사에게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는 수능 두 달 전 강사의 모의고사에 포함됐다.
감사원은 E씨가 속한 대학 총장에게 E씨에 대한 주의 촉구를 요청했으며, F씨에 대해서는 경징계 이상의 조치를 요구했다. 또한, 수능 이의심사 과정에서 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 3명에 대해 각각 정직, 경징계, 해임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조직적으로 문제를 거래하는 등 비위 정도가 심각한 교사 29명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8명)하거나 비위 통보(21명)했으며, 나머지 220명은 교육부가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은 “사교육 시장과 연계된 교사들의 불법 행위를 엄중히 단속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교육 현장에서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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