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서 이슬람주의 성향의 반정부군이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 임시정부를 세운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새 정권의 교육 교과 개정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 도입된 초중등 교육 교과과정이 공론 절차 없이 시행되었고, 이슬람주의 색채가 크게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BBC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 임시정부의 교육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교육과정과 교과 내용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아사드 정권 시절에 대한 언급은 삭제되었고, 이슬람주의 중심의 내용으로 대체되었다.

특히 과학 과목에서 진화론과 빅뱅 이론이 제외되고, 시리아 및 중동 지역의 고대 제신 숭배와 관련된 내용 역시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과거 로마 시대 시리아 중부 팔미라를 통치했던 제노비아 여왕에 대한 서술은 대폭 축소되었으며, '나라를 지킨다'는 구절은 '알라를 지킨다'로 바뀌었다.

새 정권의 교육 개혁은 정권 교체 이후 급격히 이루어진 조치로, 이슬람주의 강화를 향한 우려를 낳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가 이끌었던 아사드 정권은 알라위파라는 소수 종파에 속했지만, 세속적이고 종파 간의 차이를 드러내지 않는 통치를 유지했다. 이는 새 정권과 달리 극단적인 종교적 색채를 띠지 않았던 점에서 대조적이다.

임시정부 교육부의 나지르 알카드리 장관은 이번 교과 개정이 본질적인 변화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원회가 설립되기 전까지 새 커리큘럼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사회는 새 정권의 종교적 방향성과 관련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반정부군 하앗타리르알샴(HTS)은 자신들을 '온건 이슬람주의'를 지향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는 특정 종파에 얽매이지 않고 수니파와 시아파는 물론 다른 종교도 포용하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번 교과 개정으로 이러한 '온건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새 시리아 정권에 종교적, 종족적 소수파를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 국가를 건설할 것과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부활 터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새 정권의 교육 정책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기대와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HTS는 과거 알카에다와 누스라 전선에서 출발해 2016년 온건 노선으로 전환했으나, 서방 국가들은 여전히 그들의 극단주의적 뿌리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거두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교육 개정 논란은 새 정권의 미래와 국제적 신뢰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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