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뜨겁다. 국민의힘은 ‘내란죄’가 빠지면 국회 탄핵소추 자체가 무효라며 국회에서 재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형법이 아닌 헌법 위반으로 다루려는 것일 뿐 재의결이 필요없다며 맞서고 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단장을 맡고 박범계·이춘석·이성윤·박균택·김기표·박선원·이용우 의원 등 민주당 의원 9명,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등 모두 11명의 야당 의원으로 구성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불참을 통보한 상태다.

이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에 ‘내란죄’를 빼기로 한 가장 큰 목적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최대한 빨리 끝내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란죄’가 탄핵 심판의 핵심이 된 이상 법적 판단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해 이를 빼고라도 최대한 심판 절차를 빨리 끝내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다른 가능성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과연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야당 스스로가 확신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결정적인 근거는 ‘내란죄’다. 그런데 헌재가 만약 이를 정당한 통치행위로 판단할 경우 모든 탄핵 인용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고 보고 이런 변수를 미리 제거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헌법에 규정된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과 기본 체제를 위협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형법 제87조는 폭력으로 헌법 질서를 전복하거나 정부를 전복하려는 경우 이를 내란죄로 처벌하도록 돼있다.

핵심은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내란죄’ 요건에 해당하느냐 하는 것이다.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에 대해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발동할 수 있는 조치로, 국가 안보와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고 명시돼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내란은 명백히 국가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반면, 비상계엄은 정부의 질서를 회복하거나 유지하려는 조치란 점이다. 헌재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보려면 비상계엄의 시행 방식이 매우 폭력적이거나 정치적 목적을 지녀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을 야당이 한 게 아닌가 싶다.

범야권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내란죄’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을 ‘내란수괴’로 통칭해왔다. 보수 언론들마저 야당과 진보세력의 ‘내란죄’ 칼춤에 동조했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이걸 빼겠다는 건 그동안 여론전을 통해 얻을 건 충분히 얻었다는 계산이 섰다는 뜻이다.

여당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의 판단에 대해 헌재의 탄핵 심판을 최대한 앞당겨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꼼수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 등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기 전에 대선을 치러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본 것이다.

하지만 탄핵소추위원단은 헌재의 탄핵 심판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뿐 ‘내란죄’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소추 사유를 다시 정리한 사례를 들어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법조계는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에 명시된 내용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점을 들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의 엄중한 심의를 거쳐 결정된 탄핵소추안 내용을 임의로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것이 탄핵 사유의 근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가 빠진 것이 헌재의 탄핵 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속단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위헌성 여부만 판단할 경우 심판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리란 건 얼마든지 예측 가능하다.

문제는 ‘내란죄’가 국회 탄핵 의결의 핵심사유였던 만큼 이를 제외하는 것이 탄핵소추 정당성 자체를 훼손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국회 탄핵소추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사실을 호도해 국론 분열과 갈등을 촉발한 책임까지 야당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려되는 건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하든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불러오게 될 거란 점이다. 헌재 심판이 이 혼란의 끝이 아니라 양 극단의 갈등과 대결을 심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경우 국정 운영의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정치 사회적 혼란이 더욱 극심해지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 모든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의 피해는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빨리 사태가 끝나고 사회가 안정되기만을 바라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싸움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민의 삶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경향은 더욱 위험하다.

지금 국회에서, 그리고 광화문과 여의도,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벌어지는 양 극단의 대립은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자유 민주주의가 굳건히 서느냐 아니면 종북 사회주의가 대한민국을 집어삼키느냐의 문제다. 더 나아가 한국교회가 목숨 걸고 지켜온 복음의 진리가 사탄에게 도륙당하느냐를 놓고 벌어지는 영적 전쟁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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