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국(DNI)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 ⓒ뉴시스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국(DNI)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 ⓒ뉴시스

미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국(DNI) 북한담당관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겹치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2일(현지시각)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혼란을 야기하는 도발적 행동을 취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이 장기적으로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한국의 탄핵 진행 상황과 선거 결과를 지켜본 뒤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그가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가자, 중국을 바라보면서 모든 국내 이슈들도 처리할 것이라 산만하고 한국 정부는 취약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은 보복으로 확전되지 않도록 한국에 큰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은 한국 정부와 군을 당황케하고 모욕하며, 핵무기 보유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보복이나 비용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인상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30년동안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배치하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핵보유국으로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기 희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결렬의 근본 원인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북한의 목표는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하고, 북한의 핵 지위를 인정하는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었지만 트럼프는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며 "김정은은 그러한 관계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때 회담장을 나갔고, 이것이 2019년 이후 우리가 북한과 대화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논쟁을 환영한다"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실제로 한국을 공격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하면서도, "한국이 핵개발을 시작하면 북한이 '쓰거나 잃거나(Use or lose)'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지금 당연히 한국보다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한국도 그러한 길로 가게되면 북한은 딜레마에 빠진다"며 "그들은 한국이 더 많은 자원을 지녔기에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걸리는데, 따라서 한국이 독자적 억제력을 갖추기 전에 북한이 상황을 이용하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이것은 실질적인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 현안과 관련해서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주한미군 조정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는 관세와 무역적자 해결에 매우 진지하고, 한국의 대미무역 흑자가 510억달러였다는 점, 국방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3% 이하라는 점을 들여다볼 것"이라며 "더욱 공평한 분배를 위한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이 진행될 때 한국에 있었다. 협상 끝에도 한미동맹은 여전히 건재했고 미군에 대한 한국의 지지도 SMA 협상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높았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40년 넘게 한반도 문제를 다뤄온 사일러 전 담당관은 CIA 출신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담당, 국무부 6자회담 특사, 주한미군 고위분석관 등을 역임했다. 1982년 19살의 나이로 주한미군으로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연세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는 등 15년 이상 한국에서 생활했다. 현재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CSIS는 그를 "미국 내 최고의 북한 문제 전문가 중 하나"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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