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새해의 첫 해가 떠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오전 8시부터 분향소 주변에는 조문객들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섰다. 공항 청사 2번 출구에서부터 승하차장 끝까지 약 150m 구간은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한 발걸음으로 가득했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사람들은 광주와 전남 일대의 시도민들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이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 봉사·구호단체 관계자들, 그리고 사고 수습을 위해 현장에 있던 당국 관계자들도 깊은 슬픔 속에서 희생자들을 기렸다.
조문객이 끊이지 않자 자원봉사자들은 20m 간격으로 "분향소 질서 유지"라는 팻말을 들고 조문객들의 질서를 안내했다. 이들은 "두 줄로 서주세요", "차분히 들어가세요"라며 사람들을 향해 외치며 상황을 정리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소속 세월호 유족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약 30명의 유족들은 노란 패딩 점퍼를 입고 국화를 들고 분향소 앞에 나섰다.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새해맞이 희생자 상차림을 마친 후, 곧바로 무안공항으로 향했다.
장동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느꼈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고통에 공감하고자 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우선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원고 세월호 2학년 8반 故안주현 학생의 어머니 김정해 씨는 위패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이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해 첫날부터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여행 중 참변을 당한 희생자들의 영정을 바라보며 추모객들은 고개를 떨구거나 울음을 삼키는 모습이었다. 한 시민은 희생자 이름을 하나씩 읽으며 눈물을 흘렸고, 다른 시민은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려 잠시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대전에서 분향소를 찾은 김중현 씨는 "성탄절과 연말 연휴를 맞아 가족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많았다고 들었다"며 "즐거운 시간이어야 할 순간이 평생 지워지지 않을 고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사고 지점과 가까운 곳에 분향소를 마련해 달라는 유족들의 요청으로 전날 문을 열었다.
이번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발생했다.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 7C2216편이 비상착륙을 시도하던 중 공항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하며 폭발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6명과 승객 175명을 포함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구조된 승무원 2명만 생존해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사고는 1993년 해남에서 발생한 아시아나기 추락 사고보다도 사상자가 많아 국내 항공사고 중 최악의 인명피해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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