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여파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 사령탑인 경제부총리는 경제 현안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대통령과 총리의 직무를 대행 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맡으며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연말 종가 기준 1472.5원을 기록하며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환율 상승세는 정치적 불안정성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겹쳐진 결과로, 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31일 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전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 불참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4차 회의를 주재했다. 이는 경제부총리가 현재 대통령, 총리 직무 대행과 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맡으며 사실상 ‘1인 4역’을 소화하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무안 사고 현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동시에 오는 31일 국무회의를 앞두고 쌍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 등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처리하기 위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내부는 초유의 상황에 따라 별도의 지원 없이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를 감당하고 있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을 비롯한 주요 기관이 비상계엄 이후 사실상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국정 운영의 공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와 관련된 주요 현안은 후순위로 밀리는 실정이다.
정치적 불안정성은 원·달러 환율에 직접적으로 반영됐다. 연말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으며, 이는 계엄령과 탄핵 사태로 인한 시장의 불안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3일에는 환율이 1442원까지 상승했으며,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27일에는 연중 최고치인 1486원까지 치솟았다.
최 권한대행 역시 탄핵 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국회는 쌍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을 놓고 대립 중이며,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점유하고 있어 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따라 국정 리더십이 또다시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따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 권아민 연구원은 “추가 탄핵이나 외국인 자금 이탈이 현실화될 경우 환율이 1500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 사령탑이 비상계엄과 참사 수습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경제 리스크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은 우리 경제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2024년의 마지막 날, 경제와 정치의 혼란 속에서 국민들은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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