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주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벗어나 외벽을 들이받고 폭발하는 바람에 탑승자 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충격적인 참사가 발생했다.

2024년이 저물어가는 마지막 주일 아침에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온 국민이 큰 슬픔에 잠겼다. 안타깝게 희생된 분들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린다.

교계는 이번 참사로 희생된 분들을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긴급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기총은 29일 주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어떤 말이 위로도 되지 않을 만큼 참담한 상황이지만, 아픔을 함께 지고, 슬픔에 함께 우는 모두가 되기를 원한다”며 “정부와 당국은 사고 수습에 최우선의 노력을 기해주시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조속히 수습해 나가야 할 것과 이런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고 했다.

한교총도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교회는 큰 슬픔을 당한 유가족과 함께하며, 부상자의 빠른 쾌유와 국민 모두에게 하나님의 크신 위로를 구한다”며 “국가적인 위기 속에 발생한 이번 사고에 대하여 어떤 정치적 해석과 이용을 경계하며, 정부와 국회는 먼저 사고 수습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 협력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30일 애도 성명을 발표한 한교연은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졸지에 가족을 잃고 큰 슬픔에 잠긴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하는 일”이라며 “정부가 7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정한 만큼 정치권은 희생자를 욕되게 하고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과 행동을 자제하고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해치는 일체의 정치적 언동을 삼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무안공항 항공기 참사는 지난 2013년 아시아나 항공기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 이후 11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국내 항공기 참사다. 온 국민은 20204년이 저물어가는 마지막 주일 아침에 전해진 여객기 참사 비보를 접하고 큰 충격과 함께 비탄에 잠겨있다.

안타까운 건 이 여객기가 공중 폭발이 아닌 활주로에 동체 착륙한 후 활주로를 벗어나 공항 외벽에 부딪히며 일어난 폭발과 화재에서 비롯된 참사라는 점이다. 왜 여객기가 비상 동체 착륙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해 아직 확인되지 않은 구구한 말들이 돌고 있다. 철새 떼와 부딪히며 엔진 고장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지만 당초에 기체결함이 의심되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사고 항공기는 랜딩기어가 작동을 안 해 바퀴가 펴지지 않은 채 착륙했다. 활주로 끝에 가서라도 멈춰섰더라면 이처럼 불행한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제동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활주로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활주로를 벗어나 공항 외벽에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무안공항이 국제공항이라고는 하나 활주로가 2.8km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짧다는 점이다. 다른 국제공항의 경우 통상적으로 3.0km가 넘는 활주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처럼 턱없이 짧은 활주로를 가진 공항에서 국제선 취항을 했다는 건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선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작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무안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정하고 1월 4일까지 일주일간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무엇보다 신속한 사태 수습이 최우선 과제인데 야당이 국무위원들을 줄줄이 탄핵소추하면서 국정 지휘 체계에 사각지대가 생긴 터라 재난 극복에 있어 대행체제의 한계가 드러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이번 사고는 보름 사이 대통령과 총리가 잇따라 탄핵 소추되는 등 국정 컨트롤타워가 정상 작동하기 어려운 혼란한 상황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다. 따라서 사고 수습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통령 권한 대행의 대행인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지금 탄핵 정국에서 1인 3역을 맡는 초유의 현실에서 긴급한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대응 속도나 대책에 미흡함이 드러날 수 있어서다.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가결 이후 국회가 한 일이라곤 줄줄이 탄핵과 정쟁밖에 없다.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데도 오로지 차기 대권을 둘러싼 힘겨루기에 매몰된 정치 상황이 오늘의 비극적 참사의 원인이자 배경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여야는 국민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일체의 정쟁을 중단하고 최소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데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성경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롬12:15~16)라고 말씀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번 참사로 희생된 분들을 애도하며 큰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그 상처를 보듬는 데 마음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각 연합기관이 발표한 성명대로 한국교회가 큰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통과 상처가 아물 때까지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어 주는게 마땅하다. 한국교회가 고통을 당한 이들과 함께하며 뜨거운 심장으로 기도할 때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설 용기와 힘을 얻게 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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